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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Sep 02. 2024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거북이

EP14: 근데 다들 그렇게 살아

 

루나가 눈을 뜬 곳은 숲 속에 자리한 커다란 호수였다. 햇살이 잔잔히 물결 위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호수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곳에서 앉아있는 거북이의 표정은 어울리지 않게 구겨져있었다. 거북이는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물가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루나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고 큰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끼곤 천천히 거북이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울적해 보이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니?”


거북이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겁게 대답했다. 


 “내 삶이 너무 힘들어.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노력해도 성과는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져야 했어. 모든 게 나를 지치게 만들어.”


 루나는 거북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옆에 앉았다. 거북이의 눈빛 속에는 슬픔과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한동안 그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가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건 알겠어. 너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거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다른 생물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어. 노력해도 안 되고, 사랑도 실패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기만 하고 있어.”


 루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생명들도 그들만의 아픔과 고난이 있단다. 네가 잘 산다고 생각하는 건 누구니?”


거북이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자기가 동경해 왔던 삶을 사는 생명체들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날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해. 그들은 자유롭고, 그들의 날갯짓은 강해 보여. 또,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사는 고래도 부러워. 그들은 나보다 더 큰 세상을 보면서, 더 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아.”


루나는 거북이의 말을 경청하며, 그가 동경하는 대상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새는 하늘을 날며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어.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천적에게 쫓기거나, 먹이를 구하지 못해 배고픔에 시달릴 때가 많아. 그들이 강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 역시 매 순간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단다.”


거북이는 루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고래는 어때? 그들은 바다의 왕이라고 불리잖아. 바다를 누비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살잖아.”


루 나는 고래에 대한 거북이의 동경을 이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래는 바다의 왕이라 불리지만, 그들 역시 고난에서 자유롭지 않아.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헤엄쳐야 하고, 때로는 인간의 사냥이나 오염된 바다 때문에 위험에 처하기도 해. 그들 또한 생존을 위해 매일 싸워야 해. 그들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냥 살아가는 거야. 마치 네가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것처럼.”


 거북이는 루나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성공한 거북이들은?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해서 성공해 돈과 명성이 많거나 연예거북을 해서 인기가 많은 거북도 있잖아."


 루나는 거북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거북이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만한 말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꺼냈다.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생명들도 그들만의 아픔과 고난이 있단다. 누구나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만, 다른 이들의 고난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들어 보이는 거야. 네가 말한 정치인 거북이도 매일 책임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거고, 또, 네가 겪은 이별, 실패, 성과 일상에 대한 압박을 그들이 받지 않는 것도 아니야.”


 루나의 말에 거북이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람들이 겪는 고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맞아. 내가 동경했던 그들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은 거네. 그들도 자신만의 고통과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구나.”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맞아. 누구나 자신만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어. 중요한 건, 그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작은 즐거움을 누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거야. 너도 지금 겪고 있는 힘든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거야. 다른 생명체들처럼, 너도 그냥 살아가면서 조금씩 이겨내고 있는 거란다.”

 

 거북은 한 가지 더 해결되지 않은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했잖아?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했어.”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성공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야. 그들 역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어. 그들이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야. 네가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야. 세상은 누구에게나 때로는 참으로 가혹하게 다가오니까.”


 거북은 루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난 그들처럼 강하지 않아. 모든 것이 너무 무겁고, 나는 그것을 이겨낼 힘이 없는 것 같아.”

 루나는 거북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네가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야. 네가 느끼는 고통은 진짜야. 그런데 중요한 건,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 그게 바로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지.”


거 북이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루나의 말에 조금씩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작은 즐거움이라는 게 정말로 존재할까?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가능할까?"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작은 즐거움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어. 예를 들어, 너는 지금 이 아름다운 호수 앞에 앉아 있어. 햇살이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니?”


 거북이는 루나의 말을 듣고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자신만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제 자신도 다른 생명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의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도 그들과 같은 존재임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고마워, 루나. 네 덕분에 이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나도 그들처럼 그냥 살아가면서, 작은 즐거움을 찾으며 내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루나는 거북이의 결심을 응원하며 미소 지었다.


 “그래, 너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네가 힘들어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줘.”


거북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앉아 있던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달았다. 그는 잠시나마 호수의 평온함을 느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래, 여기서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삶의 무게가 덜어지지 않는 것 같아.”

루나는 거북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말했다. 


“그렇겠지. 단지 아름다운 풍경 하나로 모든 고통이 사라지진 않아. 하지만 작은 것들에서부터 기쁨을 찾기 시작한다면, 점차 너의 마음속에도 작은 희망이 자리를 잡게 될 거야. 그리고 그 희망은 너를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거야.”


거북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지만, 루나의 말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듯했다.


“그래, 조금씩이라도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 볼게. 하지만 여전히 난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루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는 부족하지 않아. 오히려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이 힘든 시간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힘든 상황을 견뎌낸 사람들은 그 경험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얻게 돼. 세상은 때로는 정말 냉혹해.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즐거움과 희망을 찾을 수 있어. 그게 바로 우리가 버텨내는 이유야.”


거북이는 루나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결심이 담겨 있었다.


 “네 말이 맞아.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나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작은 즐거움부터 찾아가면서 말이야.”


루나는 거북이의 결심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도전을 던져주지만, 우리는 그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어. 힘들겠지만, 네 안에 있는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렴.”


루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누구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조금 더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을 거야. 네가 힘든 순간에도 작은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간다면, 그 길 끝에는 분명 더 밝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거북이는 루나의 말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 이제는 조금 더 힘내서 살아볼게. 나도 언젠가 지금의 이 힘든 시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


거북이는 더 이상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진 채 걷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루나가 말한 ‘작은 즐거움’을 찾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이 그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은 여전히 평온했고, 거북이의 마음도 이제는 조금 더 가벼워졌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이제 그 시간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겠다는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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