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론 하늘길과 후포의 일몰
땡자매의 제주도 방문에서 하이라이트는 추자도 여행이다. 땡숙언니는 추자도에 가자고 했다.
"우도나 마라도는 쉽게 갈 수 있지만, 추자도는 큰맘 먹어야 가는 섬이니까 꼭 가보고 싶어."
땡숙언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추자도 배편을 예약하고 숙소를 결정하였다.
추석 명절 전날 이른 아침에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탔다. 차는 주자창에 두고 몸만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차를 배에다 싣고 가는 바람에 우왕좌왕했다. 목발을 짚고 온 땡숙언니를 섬에서 걷게 할 수 없다는 의견 일치였다. 차량 운임료가 150,000원이 넘는다. 순간적으로 계획에 없던 선적으로 럭셔리한 점심 식사 값이 날라 갔다.
추자도는 제주에서 2시간, 목포에서 3시간으로 육지와 제주의 중간에 위치한 섬이다. 또 제주 올레의 18번째 마지막 코스로 지정되어 있다. 올레를 종주하는 사람들은 추자도를 방문하여 걷고 스탬프를 찍어야 한다. 인구 1,600여 명의 조용한 섬이 올레로 지정되면서 주말에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마침 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집을 방문하는 가족들로 배는 만석이었다.
추자도에서는 '나발론 하늘길'을 트래킹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짐을 간단하게 풀고 길을 나섰다. 땡숙언니는 걷기에는 무리라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동생 땡녀와 땡순 언니랑 셋이서 마을 길을 지나 식당 주인이 가르쳐 준 길을 향해 걸었다. 내가 맨 앞 줄에 서고, 땡순 언니가 중간에 서고, 맨 뒤에는 땡녀가 걸었다. 마을을 벗어나니 경사가 있는 숲 속 길로 이어졌다. 약 20여분 걸었을까 땡순 언니가 숨을 헉헉 거리며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징징댔다.
"언니! 여기 정상이 80여 M밖에 안돼, 100M도 안 되는 산이라서 큰 힘은 안 들어."
힘들어하는 언니를 나무라며 계속해서 앞장서 걸었다. 땡순 언니와 땡녀는 점점 뒤로 처졌다. 땡순이 언니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쉬었다 가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늘에서 쉬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니? 난 뒤돌아 가야 할 것 같아. 숨이 차올라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산 중턱까지 상당히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언니 좀 쉬었다가 결정하게."
"이대로 가다가는 119를 불러야 할지도 몰라."
"섬이라서 119가 오려면 아마 내일쯤 도착할걸."
한참을 쉬고 나니 언니는 안정을 되찾았고 다시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난 신이 나서 앞장서서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나발론 하늘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걷는 길이 탄탄하지 않고 풀숲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상은 129M 미터로 급경사였다. 일 년 전에 수술을 하고 겨우 평지를 쉬엄쉬엄 걷고 있는 언니에게는 무리가 되는 산행이었다.
나발론 하늘길 정상의 모정에 도착하니 상추자도, 하추자도 마을이 다 내려다 보였다. 마침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을 방문하였다는 등산객이 쉬고 있었다. 십 수년 전에는 추자도에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고기잡이로 부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제주도나 육지로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서 섬을 지키고 있다. 고향에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명절마다 오는데 언젠가는 부모님을 육지로 모실 것이라고 한다.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식당이나 펜션을 운영하기 위해 육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부는 바람을 보니 내일은 파도가 있을 것 같다고 겁을 준다. 어릴 적 배 타고 학교 다닐 적에 바람이 불면 심하게 멀미를 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땡순언니도 모정에서 한참을 쉬더니 내려가는 길은 잘 걸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땡자 언니, 아까는 정말로 119를 부를 뻔했어.
땡순 언니가 식은땀을 흘리며 헉헉 거리는데 뒤따라 가는 나도 힘들었거든."
땡녀는 올라올 때 힘들었던 상황을 털어놓으며 웃었다.
땡자매가 모이면 추자도 '나발론 하늘길'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인정사정없이 강행하여 겨우 올라간 산행이었다. 땡순이 언니는 평지 걷기에서 오르막 걷기로 다리 근력을 키우고 있다. 체력이 좋아져 높은 산도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자랑한다.
나발론 하늘길을 내려오는 길에 후포 해변에 도착한다. 후포 해변에서 보는 일몰이 가장 인상적이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땡숙 언니한테 천천히 걸어 나오라고 전화하고 몽돌 해수욕장을 거닐었다. 일몰을 보려고 하나둘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어쩜 네 명이 고만고만하니 닮았어요."
땡자매를 보고 제주 안덕에서 왔다는 아줌마가 말을 건넸다. 자매들끼리 여행 다니니 너무 부럽다고 샘을 냈다. 6시 40분경 빨간 해가 바닷물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늘도 바다도 천지가 빨갛게 물들었다. 땡숙언니는 가슴이 저미는 듯 강렬하다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온 보람이 있다며 흐뭇해했다.
제주도로 나가는 배편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예고한 대로 풍속이 7m/s이며 파도가 1.5m/s로 출렁였다. 섬에서 중간쯤 가니 배가 흔들흔들 움직였다. 안전벨트를 꼭 매고 이동하지 말고 자리에 앉아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구토용 비닐봉지를 나누어줬다. 여기저기서 뱃멀미를 하였다. 체력이 약한 땡순이 언니는 구토를 했다.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핼쑥해졌다.
"언니 조금만 참아. 곧 제주에 도착하게 돼."
제주항에 도착하니 파도는 잠잠해졌고 멀미를 하던 땡순 언니도 기력을 회복하였다. 마치 제주가 고향인 듯 추자도를 빠져나오니 너무 안심이 된다. 땡자매들은 산방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추자도 1박 2일의 동안에 죽었다 살아났다며 웃어 댔다.
아름다운 섬 추자도를 회상하면 나발론 하늘길과 뱃멀미가 떠오른다. 파란 하늘과 해안에 둘러싸인 집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추자도이다. 나발론 하늘길을 걸어서 더욱 잊히지 않는 섬이다. 땡자매가 추자도를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추자도 여행은 오래도록 땡자매들의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목발 짚은 땡숙 언니와 호흡곤란까지 온 땡순 언니랑 함께하는 땡자매의 여행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