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에 "논어(論語)"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본다. 지금은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심지어 외국의 저명한 강사(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센델 교수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까지 왔었다)들까지 초빙해서 저자랑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 프로그램도 있었다. 인기가 많이 사그라진 지금도 인문학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이 계속 제작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인문학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소위 '고전'으로 불리는 인문학책이나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소개된 작품 중에 하나가 공자와 제자들의 대담을 엮은 '논어'일 것이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한 때 베스트셀러 시장을 독식했던 '마흔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책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기억한다. 왜 수많은 마흔 시리즈에서도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 가장 인기가 있었을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감과 변신에 대한 중압감에 대한 답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왠지 4대 성인(이것도 누가 붙인 칭호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냉면 3대 천왕'처럼 뭔가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약간은 비뚤어진 욕망이 만들어낸 부산물이겠지라고 짐작할 뿐이다.) 중에 한 분으로 불리는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모은 '논어(論語)'에는 답이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은 아니었을까라고 짐작할
뿐이다. 똑같은 대화록이어도 이왕이면 동양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편하게 다가왔을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논어'로 검색하면 국내도서 1,247개로 결과가 나옴)
사실, 논어는 공자가 쓴 책도 아니고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후대 사람들이 편집한 책이기 때문에 논어에 나오는 글이 실제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이야이가인지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집단지성이 개입할 여지를 주면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했을 것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500년전 사람(사람들)이 쓴 책이 지금도 삶은 관통하는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조직구조상 집단지성은 비효율로 무시 당하기 일 수 였고,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적인 개념으로 호도당하기 일 수 였다. 이 글을 쓰는 나역시도 시간이 없거나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집단지성보다는 소수가 결정해서 끌어가는 방식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조직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다소 벗어난 이야기를 정리하고 논어에 다시 집중하면, 논어가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은 '대화'로만 구성되다 보니, 개념적이 이야기만 나열된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다는 점이다. 대화의 장점은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도 직관점임과 동시에 간결하고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군더기기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책인만큼 번역본도 다양해서 특정 책을 추천하기 어렵지만, 아무리 좋은 번역본이라고 하더라도 의미와 주제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지 않고 읽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서 중에서도 첫번째로 공부해야 하는 책으로 불리우는 만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하는 책인만큼 본인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읽은 것을 권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물시어인'을 어기고 있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
己 : 자기 기
所 : 바 소
不 : 아닐 불
欲 : 하고자 할 욕
勿 : 말 물
施 : 베풀 시
於 : 어조사 어
人 : 사람 인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孔子:BC 552∼BC 479)의 가르침을 전하는 《논어(論語)》〈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중국 춘추시대 위(衛)나라의 유학자 자공(子貢:BC 520?∼BC 456?)이 공자에게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바로 용서의 '서(恕)'이다[其恕乎].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라고 말하였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마땅히 하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상대편에게 굽실거리고 싶지 않으면 상대편도 나에게 굽실거리는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하듯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