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by 머머씨

검은 매연을 뿜으며 버스가 서다 가기를 반복하는 정류장 앞. 겨울이면 비닐을 뒤집어쓴 낡은 리어카 한 대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치익- 소리를 내며 틀에 반죽이 닿을 때마다 달큰한 팥 냄새가 차가운 바람을 타고 정류장 근처에 훅 끼얹어졌다. 리어카 사내는 늘 뚱한 표정으로, 기름때 묻은 면장갑을 낀 채 붕어빵을 뒤집으며 손님들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목도리를 코끝까지 칭칭 감고 낡은 가방을 멘 꼬마 하나가 리어카 앞에 멈춰 섰다. 아이는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쥐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손바닥 열기에 달아오른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저주저 내밀었다.

당시 오백 원이면 붕어빵이 두 개. 남자는 동전을 슥 보더니 갑자기 인상을 팍 쓰며 붕어빵 틀을 신경질적으로 뒤적거렸다.

"아~ 이거 다 망가져서 팔지도 못하겠네. 야, 너 이거 그냥 다 가져가라."


남자는 누런 종이 봉투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붕어빵 너댓 개를 툭툭 집어넣었다.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진짜요?" 하고 묻자 남자는 귀찮다는 듯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빨리 안 가져가고 뭐 해? 어차피 버려야 된다니까. 재수 없게 앞에서 얼쩡대지 말고 얼른 집에 가"

아이가 봉투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자 남자는 그제야 낡은 의자에 기대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사실 봉투에 담긴 것들은 타기는커녕 꼬리까지 바삭하고 배가 통통하게 잘 익은, 아마도 그날 리어카에서 제일 예쁘게 구워진 놈들이었다.

버스가 출발할 때마다 매연은 검은매연을 내뿜었지만 리어카 주변만큼은 여전히 후끈한 단팥 냄새와 이름 모를 온기로 가득했다.

유독 시린 겨울 어느 오후였다.

이전 14화무거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