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울해 보이는 날에는 밤에 고모가 내 등을 긁어주거나 토닥여주셨다. 고모의 손은 평생 밭일을 하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고 거칠었다. 특히 겨울이면 마디마디가 다 터져서 항상 반창고를 칭칭 감고 계셨다.
고모가 곁에서 "자라, 자라" 하며 등을 쓸어주면 얇은 난닝구 위로 사각사각하고 소리가 났다. 어떨 땐 그 까슬한 손바닥이 살에 닿는 게 따가워서 짜증을 냈었다.
"아 고모 손 너무 따가워! 하지 마!"
그럼 고모는 무안한 듯 "니 살이 고와서 그랴" 하고 멈추셨는데, 잠결에 다시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면 고모는 얇은 담요나 수건을 내 몸위로 살포시 올려놓고서는 그 부드러운 옷감 위로 다시 조심조심 내 등과 배를 문질러주고 계셨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그때 그 거칠었던 손 소리는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가 아닌 거친 세상을 버텨온 고모가 어린 나를 지켜주던 든든한 방패 소리였다. 그 투박한 소리 속에 숨겨진 고모의 미안함과 사랑을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