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를 아는 곳
오래된 문헌 어딘가에 기록된
특별한 지옥이 있다.
'발설지옥(發說地獄)'이라 불리는 그곳은
말 많은 죄인들의 집합소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형벌이 이루어진다.
죄인들의 혀를 쭉 뽑아 지옥 들판에 깔아놓으면
그 위를 우직한 소가 느릿느릿 쟁기질을 한다.
질질 갈리는 혀 위에 농사를 짓는 곳.
상상만 해도 섬뜩한 이 형벌은
결국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남을 헐뜯고, 거짓을 퍼뜨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발설지옥의 풍경을 떠올리면 문득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한 말들은 어떤 씨앗을 심었을까?
내 혀 위에 자라날 작물은
쓰디쓴 독초일까, 향기로운 꽃일까?
가끔은
SNS에 남긴 댓글 하나
무심코 던진 농담 한 마디가
보이지 않는 들판 어딘가에
씨앗으로 뿌려지는 듯하다.
말의 무게를 아는 이들은 침묵의 가치도 안다.
발설지옥의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우리의 말이 가진 힘과 책임에 대한
오래된 지혜를 담고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우직한 소가 느릿느릿
말 많은 이들의 혀 위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