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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an 11. 2021

제2장. 피지 못할 꽃봉오리.

꽃도 못 펴보고 지는 꽃송이처럼.

걸을 때 왼쪽 다리를 절며 걷는 사실들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상하게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증상들이 약간씩 티 안 나게끔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왼쪽 손끝이 약간씩 떨리기 시작했었지만 나만 느끼는 정도였었고 남들은 눈치 못 챌 정도였었으며 내가 지내기에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였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순간순간들의 일상들을 맞이하게 되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 반애들의 책상 한 줄을 호명하면 그 책상 줄 라인에 앉게 된 사람들은 한 명씩 한 명씩 차례대로 일어나 교과서 내용들을 읽고 한 단락 끝나면 다음 사람이 바턴 받고 이어서 다음 단락을 읽어나가야 하는 식이었었는데.. 하필 그 날은 내가 껴있던 책상 줄 라인이 호명되었다.

맨 앞줄부터 한 명씩 한 명씩 일어나 읽어나가는 순간 내 차례가 돼서 교과서를 집어 들어 올려 읽으려니 갑자기 교과서를 잡은 양손이 약간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었다. 너무 긴장되고 내 떨림이 반 친구들이나 담임선생님이 눈치채 지나 않을까란 생각들 때문에 뭔 내용의 부분들을 읽어가고 있고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입으론 내뱉고 머릿속은 텅텅 빈 깡통로봇이 된 기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친구들은 내가 떠는걸 눈치 못 챌 정도의 떨림이었었고 난 속으로 모두가 내가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한껏 더 긴장이 되었었던 아찔한 순간.. 진짜 그 날 겪었었던 그 짧은 시간들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었지만 남들이 알아챌 정도는 아었기에 그냥 잊고 지나쳐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증상들이 그냥 무심하게 지나쳐야 할 그저 그러 한 한순간이 아었다는 걸 알아챈 날들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아니 매번 선생님께서 무슨 발표만 시키셔도 무슨 긴장을 남들의 두배 정도로 하는 것 같았고 발표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몸이 약간씩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증상들을 보였을 때면 매번 엄마한테 말을 했었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매번 내 이런 말들을 별일 아닌 것처럼 시큰둥하게 내가 무슨 엄살 부리는 것과 같이 한 마디씩 툭 던졌다.
"야.. 누구나 사람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게 되면 다 긴장하게 돼 있고 조금씩 떨릴 수도 있는 거야."
나는 속으로 '아니.. 매번 보는 친구들인데 긴장할게 뭐가 있다고 긴장을 하나..;; '
그 이후의 나의 하루하루는 남들과는 다르게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 계속 시작되었고 떨림의 강도가 두드러지게 심해져감을 조금씩 느껴가는 나날들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과 한편으로는 그저 평범한 초등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고민들'6학년 땐 내 친구 누구누구와 꼭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담임선생님은 그 선생님만 아니었으면 진짜 좋겠다'등의 그런 생각들로만 가득했었던 12살 소녀.. 꿈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해야 할 것도 많을 텐데.. 이런 많은 가능성들을 뒤로하고 나 자신의 앞날이 꽃봉오리도 피우기 도전에 져버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눈앞에 보이는 걱정들만 하고 있는 해맑고 순수하기가 그지없었던 초등학교 5학년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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