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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an 12. 2021

악연(1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과 어렵게 연락이 닿아 만나자는 약속을 정하기 전까지 그 친구와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었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아프기 전에 알고 지냈었던 였어서 내 현재 몸상태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었고 내 병을 뭐라고 설명해줘야 하나 난감하기만 했었다..
어렵게 어렵게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나 많이 좀 아픈데..;;라는 말을 힘겹게 꺼내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되물었다.. 무슨 병인데 그래?
우물쭈물하다가.. 파킨슨병이라고 혹시 들어 본 적 있어?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마다 이런 나에 대한 소개 과정을 거쳐가야 함에 정말 짜증 나고 죄인이 된 것처럼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화가 난다.
아.. 그.. 병~~ 아는척하고는 있지만 전혀 모르고 있음을 핸드폰 통화 너머로도 다 보인다.. 이 친구.. 또 설마... 루게릭 병으로 알아들은 거 아닐까?
예전에도 한번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왜 사람들이 파킨슨병이랑 루게릭병이랑 같은 병으로 헷갈려할까나..;; 참 나로서는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한 며칠 동안 연락하며 지낸 뒤 이 친구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실은 너희 동네에 내 사촌이 살고 있는데.. 남자거든.. 우리랑 같은 동창이었고 삼겹살 그 사촌 집에서 구워 먹고 있는데 와서 같이 먹지 않겠냐는..;
삼겹살은 무진장 좋아하기는 하는데.. 무서웠다..;;
아니 아무리 초등학교 친구라고 했었었다 해도 다 늙어빠진 지금 현재 동안은 연락한 통 해본 적도 없었었고 얼굴조차도 기억 못 하는 상태인데 내가 그런 것들을 뭘 믿고 고기가 목구멍에 잘 넘어가기나 할까나..;; 실은 아주 잘 넘길 자신은 있었지만.. 너무 무서웠었다.
고맙긴 하지만 오늘은 몸 상태도 안 좋고 좀 그렇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한번 먹으러 가던가 할게..;
그리고 며칠 정도 지나 그 친구가 한번 보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데 나갈 때 같이 나갈 친구를 데리고 오겠다는 것이었었다.
내가 깜짝 놀라 누군데?라고 고함을 치듯 물어보니.. 자기 사촌이고 그때의 삼겹살 같이 먹자던 동창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걔.. 사진 보내봐..;;
보내온 사진을 보니.. 덩치가 아주 어마 무시하고 배는 꼭 세 쌍둥이 출산이 임박해 보이는 무섭게 생긴 조폭 같은 아저씨가 떡하니 서있는 사 진 한 통.. 손에 쥐고 있던 내 핸드폰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아주 옛날의 초등학교 때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게 되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절..
같은 반이었었던 친구.. 그 친구는 항상 양손에 과자 한 봉지씩을 쥐고 있었으며  뚱뚱함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했었었고.. 변함없이 꾸준히 그 뚱뚱함을 유지해오며 많이 거대해졌구나.. 참 그 몸매 유지하며 자라느라 얘 많이 썼다는 말과 함께 동시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후 하고 절로 나왔다.. 그때 그 시절 그 친구에게 내가 나 과자 좀 줘 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때 그 양쪽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든 팔과 몸을 획 틀며 한다는 소리가 안돼.. 니 돈으로 사 먹어.. 이 뚱 땡이가 정말 과자 두 봉지나 쥐고 있으면서 과자 하나도 안주냐? 그놈과의 첫 대화는 이런 식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또 그 친구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는데.. 전부다 최악의 기억들이다.
그 친구는 화만 났다 하면 그 큰 덩치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그 무거운 책상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집어던질 기세로 달려들어 아이들이 놀라서 꺅꺅거리는 비명과 함께 정신없이 몰려다니며 도망 다니기 일쑤였었다.
아마 분명 그 누군가가 자기 과자를 건드려서 화가 나서 저런 난동을 부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시한폭탄 같은 친구였었고 그 친구를 화나게 하면 안 되었던 친구였었기에.. 또 하나의 웃펐었던 기억 속에 그 시절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던 적이 있었었는데.. 그 친구의 장래희망만 아주 과간이었어서 그 친구의 발표 장면만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저는 짜장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다음에 어른이 된다면 꼭 짜장면 가게의 사장님이 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참 꿈 하나도 먹는 것과 연관을 시키는 저 치사한 뚱땡이와는 절대로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책상을 머리끝까지 들어 울려 아이들에게 달려들었었던 그의 모습과 얼굴이 뭉게뭉게 내 머리 위로 구름처럼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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