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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an 13. 2021

악연(2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

그 친구는 난중에 같이 만나면 안 될까?라고 물어보니  친구가 한다는 소리가 왜.. 다 같은 초등학교 동창이고 친구인데 뭐가 문제가 되냐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선 너랑만 연락하고 지냈었고 하니까 네 사촌은 다음번에 같이 볼 기회가 된다면 그 때나 같이 보자고 설득했었었고  친구는 그제야 알다고 했다.
약속 날짜가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를 하니 다 와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근데 저 멀리 어느 노랑머리의 뚱뚱한 곰 한 마리 같이 큰 덩치 뒤에 껄렁껄렁하고도 촐싹 맞아 보이는 한 남자가 뒤따라오는 것이 보인다.
("저.. 인간이.. 진짜.. 혼자 오랬더니만.. 말도 지겹게도 안 듣네..;;저 노랑머리는 또 뭐야..;; 진짜 가지가지 짓을 하는구나 야"..;)
이런 말들을 속으로 씹어대고 있는 와중.. 나와 그동안 연락하며 지냈었던 친구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과 실망한 표정이  영역하게 내 눈에 보였다.
서로들 인사를 잠시 나눈 뒤에..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들 우왕좌왕하다가 어디 식당에라도 들어가 뭐라도 먹자고 하여 우리 셋은 식당으로 향하였었는데
그때 갑자노랑머리로 염색한 그 예전 과자에 집착을 많이 했었던 친구가 내 손을 잡더니("자.. 가자".)하며.. 우리가 먹을만한 식당을 향해 길을 나서면서 하는 말이("문정이.. 아직 덜 자랐구나"..)라며 농담조로 말을 해줘서 불안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처음 보자마자 초등학교 이후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었고 연락 한번 안 했었던 친구가 나의 장애를 배려해서 내 손을 잡고 걸어주다니.. 조금은 마음이 뭉클해지고 따듯함을 느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정작 나랑 연락하고 지냈었던 그 친구는 껄렁껄렁한 식의 발걸음으로 조용히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저 연락했었던 친구와 단둘이 만났었더라면.. 진짜 큰일 날뻔했겠다.. 이렇게나 분위기도 많이 어색하고 내 증상들이 심한 걸 보고 그렇게나 깜짝 놀랐는데 나 같은 거랑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가 주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며 이 친구가 따라와 줘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난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랑 연락하며 지냈었던 친구는.. 나 같은 중증질환의 장애인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서 내 불편한 몸상태를 보고 깜짝 놀란 거였였고 한 덩치 하는 친구는 1톤짜리 덤프트럭에 치여 반 죽다 살아났었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었고 그 장애우랑 자주 놀았었으며 공부도 같이하고 친하게 지냈었다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장애인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편견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었어서 대충은 몸 불편함이 어떤 식으로 힘들고 또 어떤 식으로 불편한지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그런 친구였었던 것이었다.
그 한 덩치 친구가 전을 많이 좋아한다고 해서 마침 전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있길래 함께 들어가 난 혼자 앉고 그 사촌들은 둘이 나란히 앉았었는데.. 아니 사촌들인데도 어떻게 이렇게나 어디 한구석 닮은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외가 쪽 사촌들도 아니고 친가 쪽 사촌이라고 하면서..;;
적막이 흐른다..;; 뭔 말을 해야 하나.. 또르륵 또르륵 안 돌아가는 머리를 최대한 굴려서 나온다는 질문이 ("너네 종교는 뭐야".?)
덩치 큰 친구의 한마디..("야야 벌어먹고 살기도 힘들다"..)이 한 덩치의 친구로 인해 나의 말문의 막혀버렸다.
두 번째의 적막히 흐르고.. 음...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좀 화기애애하게 바꿔 볼 수는 없을까나..
고민 고민하며.. 두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한번 쓰윽 위아래로 보게 되었었는데
한쪽은 눈이 날카롭게 째져있고 잘 웃지를 않으며 머리는 노란색에 대갈빡은 꼭 카트라이더 게임 속 캐릭터에 헬멧을 뒤집어 씌워놓은 것처럼 컸으며 인상은 꼭 현상수배범 전단지에나 나올법한 인물이었었고.. 또 다른 한쪽은 그냥저냥 못 봐줄 얼굴은 아니었으며 훈남에 가까운 타입.. 여자도 주변에 많아 보이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생각 생각 고민 고민하며 그 한 덩치의 친구에게 내가 한 말이 글쎄...
("너 전과는 있어"??)
그랬더니 한 덩치의 친구에게 돌아온 답변..
("왜??? 전과라도 달아놓고 있어야 했나"..;;)
아.. 이렇게 해서 우 리셋의 그 날의 대화는 완전히 단절되어버렸고.. 난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시켜놓은 전들을 허겁지겁 먹어서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라는 각오로 먹었었던 뼈아픈 기억들과 함께 만나지 말았어야 했었나라는 후회가 물 밀려오듯 사무쳐었고 시간이 드럽게도 안가는 하루였었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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