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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an 25. 2022

마음만큼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엄마. 난 괜찮아.

제 욕심이 지나친 걸까요?

전 아파서 힘들고 괴롭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이겨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족들은 걸핏하면 제가 요양병원에 들어가 지내기를 바라고 권유합니다.

어렸을 땐 언제나 내 곁에서 늘 함께 하고 있을 테니 기죽지 말라던 엄마마저도 이제는 연세가 드시니 저를 버거워하셔요. 제게 이젠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시며 울먹울먹 거리면서 미안해하십니다.

전 그런 엄마께 애써 웃어 보이며 엄마는 여태껏 나한테 할 만큼 다했으니깐 더 이상 미안해하지도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고 그렇게 말해봅니다.

내가 여태껏 아파왔었고 아픈 거 엄마 때문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괜히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목이 매여오는걸 꾹 참고 괜스레 저한테 미안해하는 그런 엄마를 위로하며 위안을 주긴 하지만 제 마음속은 한 없이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제 몸이 점점 아파오면서 저는 어느 새부터인가 집안에 골칫덩어리로 점점 내려앉고 있네요.

마음만큼은 뭐라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실상 현실만큼은 그러할 수가 없네요.

조용히 눈을 감아봅니다.

예전에 불편했었던 걸음걸이였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었던 아득하지만 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려봅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예전에 실컷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싶은 곳도 더 가보고 밖에 나가 눈에 담을 수 있는 거나 실컷 담아둘 것을.

이런 후회를 지금 해본들 아무 소용없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렇치만 머리로는 그 걸 잘 알고 있긴 한데 제 마음만큼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제 마음만큼은 진심임을 속일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것 또한 저의 크나 큰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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