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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10. 2024

공해가 된 카톡 소리

종일 꾸물대는 날씨라 어젠 빈둥빈둥 게으름을 피우며 집에만 있었다.

만판 편안했고 달달한 시간은 의외로 더디 갔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심심할 리 없는 것이, 재미지게 즐길 거리 놀 거리가 지천이라서다.

책 좀 보다가 정보 유목민되어 이것저것 유튜브를 골라보던 중 어느 하나에 꽂혔다.

미 해군 군악대 반주에 따라 벽안의 여장교가 부르는 아리랑이었다.

그 유현한 가락을, 흐느끼듯 호소하는 애절한 아리랑을, 정확한 한국말로 맑고도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은근한가 하면 사뭇 애간장 녹이고, 구슬픈 듯하면서도 천연스러운 엇모리장단에 한을 토해내듯 굽이치는 특유의 가락 아리랑.​

반만년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나라는 노략질 정도의 수준이 아닌 크고 작은 외침을 구백 여 번 당했다고 한다. ​

따라서 이래저래 우린 한이 많은 민족의 후예.

아리랑을 듣고 있자니 슬그머니 눈가가 뜨거워졌다.

말하자면 아리랑이 내 정서의 현을 터치했던 거다.

웬일이람, 평소 잘 울지 않아 안구 정화를 위해서 일부러 슬픈 영화를 보는 사람이 아침부터 눈물을 다 보이다니.....

이어서 또, 안 하던 짓을 하고야 말았다.

무려 카톡 이웃 스무 명에게 아래 동영상을 배달했던 것.

물론 스스럼없는 지인들에게다.

이에 대한 반응은 희한하게 나타났다.

미국에 살 때 태극기를 보거나 애국가만 들어도 난 괜히 눈물이 났다.

지금 다시 아리랑을 켜봤는데 여지없이 쩌르르르~전율이 일며 눈자위 아려지고 콧등까지 시큰거린다.

그처럼 미국에 사는 친구들은 울컥했다느니 정말 감동이라며 곧장 한 마디씩 보내왔다.

다수가 엄지 척과 하트를 보내는데 반해 언니는 뜬금없이 오전부터 웬 청승이냔다.

놀랍게도 해외에서 이민살이를 해본 적이 없는 한국 지인들은 하나같이 별 대꾸가 없거나 시큰둥을 넘어 무대응 일색이었다.

이를테면 또 그렇고 그런 시시껄렁한 유튜브, 보나 마나 한 걸 보냈다며 평소의 나처럼 열어 보도 않고 묵살했을 터.

하긴 누가 관심사도 아닌 불필요한 공유 동영상에 일일이 시간을 빼앗기랴.

내겐 알토란 같은 정보라도 남에겐 쓰레기 정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솔직히 나 자신부터도 카톡 기능이 짜증스럽고 귀찮다.

까꿍!

시도 때도 없으며 눈치코치 없이 마구 까꿍~대는 카카오톡 알람 소리.

넘쳐나는 카톡 홍수에 질려 아예 무음 처리를 해놓고 지내는지 오래 됐다.

그 까닭에 신속한 연락이 필요한 서포터즈 팀으로부터 눈총을 받을지라도 내 의지인지 고집인지는 꿋꿋하다.

소통의 창구가 언제부터인가 유쾌한 대화의 메신저가 아니라 부담스러운 구속 장치로 느껴진 건 나 만일까.


누구라도 좀 내게 말 걸어주기를 바라며 무인도에서 필사적으로 봉화 올리듯 SOS 치듯 카톡에 매달리는 사람들.


수시로 날아오는 알맹이 없는 메시지며 찌라시 뉴스나 뻔한 정보 물어 나르니, 카톡을 이용해야 할 경우 외엔 아예 잘 열어 보질 않는다.


신물문 메신저가 반갑잖지만 카톡을 없애지 못하는 것은 미국에 사는 가족이며 친구들과 통화하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카톡 공해 시대란 소리는 진작부터 나왔던 바, 카톡 알림음이 주는 스트레스로 이제는 많은 이들이 카톡 피로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온종일 폰에 의지해 카톡만 주고받으며 소일하는 카톡 폐인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라서 인지 별의별 시답잖은 카톡 내용이 다 돌아다닌다.


열어보기도 싫은 동영상이나 링크 끌어다 붙인 곳에는 성의 없는 이모티콘 하나 날려주는데 왜 그쯤에서 눈치 알아채지 못할까.


그래도 꾸역꾸역 좋은 글, 건강상식, 귀한 영상이라며 날마다 카톡을 배달하는 이들.


메시지를 두세 번 보내도 답신 내지 반응이 없으면 상대방 기분 헤아려 더 이상 보내지 않는 게 내 자존심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이련만.


흠!


https://youtu.be/O1WE-tTDzL4?si=icaXBv6Qh2Nc5T7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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