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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31. 2024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에서 신선놀이-둘

나이 들어도 마음은 이팔청춘 그대로라는 말  

나 또한...... 절감하는 요즘이다

허나 이건 아무래도 철딱서니 없는 주책바가지 수준이다

이 나이에도 소녀 취향의 가벼운 감성을 주체 못 하다니.... ㅉ

금어선생 수필 <오월>에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하였거늘


그렇듯

나는 지금 한라산 천아숲 거닐고 있다

아침부터 오후 내내 여기서 노닐고 있

숲을 바라보노라면 눈이 부시다

시야가 온통 환하다

사뭇 가슴이 뛴다

와우~와우!

최대로 화려하게 성장을 한 숲

강렬한 원색 노랑 빨강 주홍

자주나 갈색도 전혀 칙칙한 게 아니다

더 이상 선연할 수가 없다

낭자한 핏물이었다가 솟구치는 용암이었다가

참나무 장작 괄게 타는 숯가마였다가

불타는 화염이었다가 캐년 넘어 스러지는 장엄 낙조다

그러면서도 황성옛터 가락이 읊조려지는 처연한 색조

황홀하다, 아름답다는 단어만으론 모자란 이 숨 막힐듯한 감동

아따라, 증말루 기맥히데이

그나저나 오매~ 징허게 아까운 거

도반이랑 우리끼리 둘만 보자니 하영 아쉬워라






풀어헤친 붉고 풍성한 머릿단이 폭포로 내리친다

눈부신 금발도 물굽이처럼 굼실굼실 어우러졌다

갈색 섀도 눈짓조차 은밀히

점점 교태를 더해가는 그녀

새빨간 립스틱이 유혹적이다

화장이 점점 더 농염해진다

그렇게 단풍이 익는다

숲이 불탄다

새파란 벽공에 대비도 선명히

주홍으로 황금빛으로

이글이글 번져가는 불길

붉은 악마 응원전이 뜨겁다가

샛노랑 카드섹션 물결 져 출렁인다

언젠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보여준 아마존 밀림에 산다는 왕호랑나비 떼 같다

남미던가 크리스마스섬이던가,

그 어느 곳 도로를 점거한 채 길바닥이 새빨갛도록 떼거리로 이동하는

붉은 바닷게 무리와도 같다

바라보는 내 속이 어쩌자고 이리 울렁대는가

아예 숨이 콰악 막힌다

귓불 달아오르며 도연히 달뜨는 기분

가슴 벅찬 감동의 파도에

나 그만 익사해 버린들 어떠리

쩌르르 이는 전율로 신음같이 터지는 탄성

아아~

종당엔 뜻 모를 소리라도 의미 없이 내지르고 싶다

조용히 눈시울 적시고도 싶다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은 다채롭기도 하구나

서어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단풍빛 곱기도 하려니와


그에 조화이룬 짙푸른 편백숲 삼나무 숲 자태 늠름하다

그런가 하면 곳곳마다 한라산 조릿대 조밀하다가도 언뜻 길을 내어주고

버섯농장 표고는 단풍숲 사이에서 도타운 속살 키워낸다

해발 8백 미터 급인 이 길목에는 국유림 사이로 임도가 나있고 천아수원지를 품고 있다

오름과 이어진 둘레길 호젓한 숲에는 석송 고사리 천남성 등 초본류와 박새 참매 팔색조가 서식하고...

영실 맞은편에서 출발해 천아수원지까지 단풍구경하며 놀멍쉬멍 걸으니 여섯 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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