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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둘레길 천아숲에서 신선놀이-둘

by 무량화

나이 들어도 마음은 이팔청춘 그대로라는 말

나 또한...... 절감하는 요즘이다

허나 이건 아무래도 철딱서니 없는 주책바가지 수준이다

이 나이에도 소녀 취향의 가벼운 감성을 주체 못 하다니.... ㅉ

금어선생 수필 <오월>에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하였거늘


그렇듯

나는 지금 한라산 천아숲 거닐고 있다

아침부터 오후 내내 여기서 노닐고 있다

숲을 바라보노라면 눈이 부시다

시야가 온통 환하다

사뭇 가슴이 뛴다

와우~와우!

최대로 화려하게 성장을 한 숲

강렬한 원색 노랑 빨강 주홍

자주나 갈색도 전혀 칙칙한 게 아니다

더 이상 선연할 수가 없다

낭자한 핏물이었다가 솟구치는 용암이었다가

참나무 장작 괄게 타는 숯가마였다가

불타는 화염이었다가 캐년 넘어 스러지는 장엄 낙조다

그러면서도 황성옛터 가락이 읊조려지는 처연한 색조

황홀하다, 아름답다는 단어만으론 모자란 이 숨 막힐듯한 감동

아따라, 증말루 기맥히데이

그나저나 오매~ 징허게 아까운 거

도반이랑 우리끼리 둘만 보자니 하영 아쉬워라






풀어헤친 붉고 풍성한 머릿단이 폭포로 내리친다

눈부신 금발도 물굽이처럼 굼실굼실 어우러졌다

갈색 섀도 눈짓조차 은밀히

점점 교태를 더해가는 그녀

새빨간 립스틱이 유혹적이다

화장이 점점 더 농염해진다

그렇게 단풍이 익는다

숲이 불탄다

새파란 벽공에 대비도 선명히

주홍으로 황금빛으로

이글이글 번져가는 불길

붉은 악마 응원전이 뜨겁다가

샛노랑 카드섹션 물결 져 출렁인다

언젠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보여준 아마존 밀림에 산다는 왕호랑나비 떼 같다

남미던가 크리스마스섬이던가,

그 어느 곳 도로를 점거한 채 길바닥이 새빨갛도록 떼거리로 이동하는

붉은 바닷게 무리와도 같다

바라보는 내 속이 어쩌자고 이리 울렁대는가

아예 숨이 콰악 막힌다

귓불 달아오르며 도연히 달뜨는 기분

가슴 벅찬 감동의 파도에

나 그만 익사해 버린들 어떠리

쩌르르 이는 전율로 신음같이 터지는 탄성

아아~

종당엔 뜻 모를 소리라도 의미 없이 내지르고 싶다

조용히 눈시울 적시고도 싶다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은 다채롭기도 하구나

서어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단풍빛 곱기도 하려니와


그에 조화이룬 짙푸른 편백숲 삼나무 숲 자태 늠름하다

그런가 하면 곳곳마다 한라산 조릿대 조밀하다가도 언뜻 길을 내어주고

버섯농장 표고는 단풍숲 사이에서 도타운 속살 키워낸다

해발 8백 미터 급인 이 길목에는 국유림 사이로 임도가 나있고 천아수원지를 품고 있다

오름과 이어진 둘레길 호젓한 숲에는 석송 고사리 천남성 등 초본류와 박새 참매 팔색조가 서식하고...

영실 맞은편에서 출발해 천아수원지까지 단풍구경하며 놀멍쉬멍 걸으니 여섯 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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