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기분은, 정서는, 감흥은, 사십 대 때나 거의 같으니 철이 덜 든 것일까요.
세월이 가도 나이 들지 않는 게 있나 봅니다.
낡거나 늙지 않는 것도 있나 봅니다.
천백도로에 진입한 지 십여 분 후였습니다.
느닷없이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울렁울렁 댔습니다.
강도 높은 흥분에 빠지기 앞서 나타나는 전조증상들이지요.
이어서 눈가가 싸하게 매워졌습니다
오늘 아침,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로 단풍놀이를 갔더랍니다.
산림청 단풍 지도를 진작부터 눈여겨보았는데요.
그 표에 따르면 시월 말에서 11월 초 경이 한라산 단풍 최절정기더군요.
천백도로 얼마쯤 달려 올라가자마자 인근 숲 단풍이 눈부셨습니다.
주황빛 무대 조명이 한꺼번에 켜진 듯 눈앞이 환해졌습니다.
참나무 장작불 괄게 지펴진 도자기 가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았습니다.
홍옥빛 능라주단으로 사리 차려입은 인도여인 미간에 찍힌 빈디처럼 고혹적인 단풍잎들.
사십 대 초, 그때 쓴 '가을 소나타' 감흥 그대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