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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09. 2024

해가 달을 품는 토털 이클립스

개기 일식


'세기의 우주쇼' 관측! 미국이나 한국이나 뉴스의 호들갑은 알아줘야 한다.


여섯 해 전 일이다. Monday, August 21, 2017년 여름이었다.


솔라 이클립스 파티라 대서특필하며 뉴스마다 흥분된 어조였다.


그것도 99년 만에 찾아온 개기일식(皆旣日蝕· total solar eclipse)이란다.


해가 달을 품는 개기일식 천체 쇼가 무려 2분 40초 간이나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뉴스는 이어서, 美대륙에서 관측되는 다음 일식은 2024년에나 볼 수 있다며 벌써부터 개기일식 관광상품 홍보가 뒤따랐다.


개기일식 명당지역 소재 여행사에서 호텔과 항공편, 관측장비 등을 패키지로 묶어 관광상품 예약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여섯 해가 흘러갔던가 보다. 2017년 북미에서 개기일식이 발생했을 당시와는 달리 이번엔 나이아가라 근방이 관찰 최적지인 모양.


NBC 방송에서는 “4월 8일 일식은 태양의 94%가 가려지는 대장관으로, 향후 수십 년 동안 태양이 이만큼 가려지는 것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단다.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 순서로 나란히  일직선이 될 때,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이른다.


태양이 달에 일부분만 가려지면 부분일식, 해와 달이 겹쳤으나 달이 해를 반지 모양으로 가리면 금환일식이라 부른다.


따라서 토털 이클립스라야 대낮에 태양이 한동안 사라져 세상이 온통 까매져버린다.



미 대륙 지상에서 개기일식 관측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천문학계에서는 2017년 여름, 미 대륙의 60%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개기일식이 연출하는 장관을 구경하고자 미 대륙에서 수천만 명이 동시간대에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터였다.


그중에 우리 역시 포함되었다.


LA에서 개기일식(Maximum Eclipse)이 관측되는 시각은 8월 21일 오전 10시 21분으로 나와 있었다.




어느새 6 전의 일이 돼버렸다.


그날, 빅 이벤트에 기대를 잔뜩 걸고 오전 10시 20분 개기일식 시각에 맞춰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짙은 색 셀로판지로 만든  특수 안경은 애진작에 품절된 상태라 구할 수도 없었.


 몇 안 되는 특수 태양안경이라 우리들은 잠깐씩 돌려가며 해를 쳐다봤다.


 빛 부시게 이글거리는 둥근 태양이, 안경을 끼고 보니 일식 진행 중이라 마치 붉은 상현달처럼 보였다.


모양은 초승달이고 색상은 농익은 홍시와 거의 흡사했다.


해가 달을 품는다기보다 해가 차츰 달에 먹혀들어가는 것 같은 형태, 즉 반대였다.


허나 일식으로 생기는 특이 현상, 타주에서는 어둠이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LA는 전혀 어둠이 덮치지 않았다.




오래전 한국에서 셀로판지로 부분일식을 관찰한 적이 있다.


태양이 떠있는 광안리 쪽을 주시하며 일식현상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세상이 새카매졌다.


밤처럼 천지가 느닷없이 깜깜해지니 놀라서 그만 베란다 벽에 찰싹 기댔다.


그땐 해의 변모도 변모지만 온누리가 잠시 흑암에 싸여 그게 더 충격적이었다.




이번엔 이름이 개기일식이건만 조금치도 어두워지기는커녕 날씨만 쨍쨍 하늘도 환했다.


에게게~ 이게 무슨 개기일식이야? 대실망!!!


소문난 잔치 먹잘 게 없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토털 이클립스가 아니라 금환일식을 호들갑스러운 미국 매스컴이 과대포장한데 깜빡 넘어갔지 싶다.


그래도 들뜬 축제로 하루를 즐긴 미국인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그날을 보냈고 이번에 또 세기의 우주쇼라며 떠들썩 광고를 하고 있다.


글쎄?




천문현상에 대해 기록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보면 일식에 관한 기록이 예순일곱 군데나 나온다고 한다.


특히 첨성대가 있던 신라에서는 위덕왕, 원성왕, 진평왕 때 일식이 관찰되었다.


조선조 세종 4년에 일어난 일식 때는 문무백관들이 소복을 입고 북을 울렸다는 기록이 있다.


왕을 상징하는 태양이 가려지는 것은 불길한 흉조였기 때문에 하늘에 제를 지낸 것.




오래전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달(여성)이 해(남성)를 잠시 압도하는 개기일식 동안 사건이 벌어진다.


가정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여성이 남성을 제압, 깊은 우물에 밀쳐버린 일면 끔찍한 설정이다.


해가 달에 가려지면서 온 세상이 어둠에 잠긴 개기일식이 있던 날.


평생 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무서운 복수로 폭발된다.


딸을 위한 정의를 실천하는 엄마 역에 케시 베이츠의 열연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어딘가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일식이나, 길조로 받아들여 축제로 승화시키북미 문화권.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


이는 미국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완전히 관통하는 2017년 일식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차례가 와 잠깐 써본 태양 안경은 일회용 장난감 같았다.


 NASA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8월 21일 오전 9시 5분 오리건주 링컨 해변에서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오리건 링컨 근처에 사는 친구 낸시 말에 의하면 그곳은 이미 일 년 전 호텔 예약이 끝났고 렌터카도 동나버렸다 하였다.


어제부터 작은 마을은 난리 난 듯, 각처에서 모여든 십만여 명이 운집해 바글거린단.


거의 1세기 만에 만나는 특별한 우주쇼라며 세계적 이슈가 된 개기일식.


오리건에 이어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등 14개 주를 횡단해 오전 11시 46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막을 내렸다는 개기일식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난 1918년 6월 8일 이래 처음이며 개기일식이 진행되면 한낮임에도 어두워지고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고도 하였다.


NASA는 개기일식 관측을 하려면 ‘태양안경’ 착용이나 짙은 색 셀로판지 이용은 필수라고 했다.


특수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망원경과 카메라도 금물,


선글라스를 끼고 태양을 바로 보면 아주 위험하다 경고했다.


그러나 전체 일식 현상이 진행 중인 시각인데

특수 안경 없으니 손부채 만들어 하늘을 쳐다봤으나 아무것도 이상할 거 없는 평범한 낮이다.


기대했던 진경을 못 봐 김 새 버렸으며 완전 매스컴의 호들갑에 놀아난 기분마저 들었다.


천체학자들이나 중요한 현상일 따름인지, 뭐야? 싶을 정도로 겁던 개기일식.


소문만 요란했지 막상 일식이 시작됐지만 별 볼일 없이 맨송하게 끝나버렸다.


떠들썩 요란법석 떨더니 알맹이 없는 순 쭉정이로 막을 내린 개기일식.


오리건에 사는 친구의 목격담에 따르면 밤처럼 아주 캄캄해지지는 않았고 잠시 요상스레 희뿌연 회색으로 변했다가 차츰차츰 밝아지더라고.


늘 외신은, 8일(현지시간) 멕시코, 미국을 지나 캐나다 동부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달의 본 그림자가 지나가는 지역은 최장 4분 28초 동안 개기일식이 진행돼 암흑을 경험했다고도 한다.


번 개기일식으로 유발된 경제효과는 무려 수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을 정도다.


그에 따른 경제 부양 효과가 크다고 했으니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북미에 선물 같은 호재로 작용했을 거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땠을지?


텍사스 딸네 집에서  이날 개기일식을 본 105세 할아버지는 "살면서 본 개기일식 중에 가장 완벽했다"고 말했다는데.


그는 덧붙여, 우리 모두는 우주의 작은 한 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식이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고.


와우! 어매이징! 외치며 현지에서 올린 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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