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종류가 이리 다양한 줄 서귀포에 와서 첨 알았다.
재배 감귤류에는 제주 감귤의 대표 격으로 껍질 매끄럽고 과피 얇아서 잘 벗겨지는 온주밀감부터 하귤, 황금향, 천혜향, 한라봉, 금귤, 레드향 등등.
도반으로부터 맛있는 귤 고르는 법과 껍질 쉽게 벗기는 요령을 배웠지만 아직껏 생각대로는 안된다.
그녀는 귤 머리를 꼭꼭 눌러준 다음 금방 벗기던데 그게 여전 익숙지 않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사자성어가 있고 기원전 중국의 문학에서부터 귤이 언급되었던 걸로 미루어 감귤류의 시원은 중국인 모양.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최초의 조상은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 성과 미얀마,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일대에서 약 8백만 년 전에 나타난 걸로 본다.
초기의 감귤류는 시큼하기만 했으나 서로 다른 감귤 종류끼리 유전적 조합이 이뤄지면서 지금처럼 맛있는 과일이 되었다고.
나아가 근대 육종학은 농작물을 개량하여 실용 가치가 더 높고 우월한 품종을 새로이 만들어냈다.
모양 독특한 한라봉은 밀감과 오렌지의 교배종, 레드향은 일반 귤에 비해 살이 붉은색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감귤과 한라봉의 교배종이다.
천혜향은 하늘이 내린 과일이라는 뜻으로 오렌지와 귤을 교배시켜 육성한 개량품종으로 당도와 산도가 높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서 만든 품종인데 과즙이 풍부하고 껍질이 아주 얇으면서 향이 뛰어나다.
지구상의 모든 종(種)이 그러하듯 이처럼 귤도 제각각 고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귤에 대해 아는 척 한가지 덧붙이자면~
귤을 벗기면 속 과육과 껍질 사이에 실 보푸라기처럼 하얗게 붙어있는 섬유질 부분을 귤락이라 한다.
이 귤락에는 헤스피리딘이라는 화학물질이 풍부해 혈관의 탄력과 밀도를 유지해 주고 모세혈관 파열을 예방해 준다고.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 혈관이 약한 고령자일수록 귤락을 떼내지 말고 먹기를 권한다.
또한 비타민C, 식이섬유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을 지닌 귤락이다.
북에서 서울로 치고 내려오려 해도 겁이 나 못 내려오는 이유는?
총알택시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중학생 무서워 절대 못 온다는 우스개가 한때 세간에 돌았다.
좌충우돌 사춘기 때 무표정인 채 무언으로 보내는 경고, 야리지 마! 날 건들지 마!
우연히 아이컨택이라도 될라치면 내 눈을 바라보지 마! 식으로 째리는 통제불능 중2병은 중학 졸업 때까지도 이어진다.
라떼 세대 잣대로야 요즘 애들은 사춘기를 참말 별나게도 치른다 싶다.
기복 심한 마음의 성장통을 손자넘 통해 호되게 겪어봤지만 일찍이 남매를 키우며 거의 느껴본 바 없었음은 나의 무신경 탓인가.
아무튼 이 시대 얼라들은 저마다 흑역사 요란뻔쩍하게 새겨놓고는 고등학교 올라가 대입 준비하면서부터
언제 그랬냐 싶게 의젓해지긴 한다만은.
넘쳐나는 에네르기로 울끈불끈, 겁도 없이 피만 뜨거운 그 또래 세 녀석이 우리집에 왔다!
컨셉이 묵언정진인지 우울 모드인지 암튼지간 한창 사춘기 홍역 치르느라 기묘해진 조카네 작은 아들과 그 친구 둘이다.
다들 키는 산만하니 큰지라 청년 등치에 어른 다 된 척 재지만, 헐렁한 통바지로 거리를 빗질하는 등 행동은 유치찬란 그 자체다.
십 년 만에 다시 마주친 신인류, 그간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즐겨 먹는 음식은 다 알다시피 fast food인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 그전 손자 때도 그렇긴 했지만 한층 다변화 보편화되었다.
숯불구이 식당에 데리고 가서 한우 생고기를 사줬는데 아이들은 피자며 비비큐를 열 배 더 좋아라 한 듯싶다.
서울에서 헬리콥터 맘들이 각자 아들내미 기호에 맞는 튀김닭 양념치킨 피자를 야식으로 쏘아보내 알았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그 덕에 배달음식을 내 손으로 받아보기도 첨이긴 하다.
아이들이 구경 간다고 외출하면서도 제 방 불은 절대 끄지 않았으며 샤워 후 내던진 타월만 한 보따리였다.
뒤엉킨 옷이랑 소지품이며 마시다 만 음료수 병 제멋대로 한방 그득 늘어놓은 채다.
손자가 등교한 뒤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발짝 떼어놓기 힘들만치 어질러 놔 기겁을 하고 잔소리를 해댔는데 그건 약과였다.
초등 마치자마자 유학을 와 사춘기 즈음 무진 애를 먹이던 손자녀석도 어언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생 되었다.
흠~ 대부분이 한번씩 겪어가며 통과하는 혼돈의 터널로, 어른이 되어가는 일련의 단계요 과정일 뿐이니까 뭐.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 일출이 너무도 찬란했으나 깨우지 않았으니 이는 어른들의 그 어떤 참견도 간섭도 조언 따위도 무조건 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녀석이 여행 중 비누 만들기 교실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이라며 초콜릿 닮은 선물을 건네줬다.
아무렴, 날마다 뜨는 태양인데 일출이 대수랴~.
모쪼록 세 녀석 모두들 격랑의 이 시기 잘 떠나보내고 훗날 나이 들어 옛 추억 웃으며 나누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