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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16. 2024

카미노 프란세스의 출발점 생장

Camino de Santiago

카미노가 시작되는 생장피에드포르 마을 역  ㅡ> 마을 초입 시계탑과 돌을 깐 오래된 골목길 ㅡ> 카미노 안내와 크레덴셜 발급처인 순례자 사무소

한켠으로는 강물 유장히 흐르고 반대쪽으로는 언덕길 이어지며 오래된 마을이 시작되는 성문  


자기 체중의 1/10 정도가 적정 무게라는데 내용물을 아무리 빼고 또 빼내봐도 내 배낭 무게는 최종적으로 4,7킬로였다. 적정선을 넘겼지만 더 이상 뺄 물건은 없었다. 체구 왜소한 사람이 버거워 보이는 큼직한 배낭을 메고 걸으면 뒤따라 오는 사람 안쓰러울 테니 그도 민폐. 짐을 완벽하게 챙긴 다음 배낭을 메고 실제 상황처럼 걸어보자 깡똥하게 등에 밀착되는 아담 사이즈의 배낭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다 누군가가 들려준 말대로, 배낭의 무게가 바로 자기 삶의 무게라니 '체중 듬직한 사람에 비해 삶의 무게가 가벼워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무하며 걷기로 했다.


사실 짐이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거 같지만 물이며 먹거리를 덧보태게 돼 오히려 더 늘어나게 돼있다. 첫날부터 파리에서 하루치 양식인 바게트와 크루아상 그리고 물 대용품 우유와 오렌지를 사 들었으니 별도의 짐이 또 생길밖에. 해서 생장 순례자 사무소에서 발급받은 크레덴셜(Credencial)이라는 순례자 여권 외의 유인물은 미련 없이 버렸다. 지역별 알베르게 정보가 상세히 든 여러 장의 안내문과 카미노 일정별 고도 표시 지도조차 사진에 담은 후 폐기처분했다. 종이 몇 장마저 짐이라 무서웠던 것. 그렇게 나의 카미노 여정은 조금씩 덜어내고 비우는 일로부터 시작됐다. 다음알베르게를 찾는 게 우선이라 일단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올라갔다.


인천에서 에어프랑스 항공기를 타고-파리 드골공항에서 공항버스로-몽파르나스에서 테제베로-바욘에서 작은 시골 기차로-생장 도착

같은 기차를 타고 와 카미노 프란세스를 걸으며 따로 또는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게 될 도반들

순례객의 표주박과 지팡이 그리고 가리비를 새긴 생장 마을 어귀 어느 집 담벼락, 기나긴 삶의 여행객이자 순례자인 우리들

담황색 지붕 옹기종기 모인 생장을 둘러싼 견고한 성벽 길이 험난했을 과거사를 들려준다

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그 못지않게 유구한 역사 품었을 프랑스 최 변방의 작은 마을 생장

카미노 데 프란세스 한 달 여정이 시작되는 날, 맨 처음 상봉한 카미노 길 표시인 가리비와 화살표

번성했던 한 시절을 증거 하듯 위엄차고 기세 당당한 강가의 고택들

춥도 덥도 않은 삽상한 날씨에 저녁 아홉 시까지도 해가 떠있어 사방천지 훤한 오월은 여행하기 가장 알맞은 때

비행기와 기차로 이동한 기나긴 하루, 언덕진 골목 맨 끝 성벽 앞에 있던 삼 층짜리 깨끗한 알베르게에서 첫날을 쉬었다

골목길 따라 언덕 위 그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 집, 처음으로 깃든 알베르게 삼층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

창을 통해 보이는, 저 멀리 산마루에 구름 걸린 마을 원경이 고즈넉하고 평화스러웠다

도로 쪽을 내려다보니 앞집 현관 위로 해묵은 등덩굴에 연보라꽃 늘어졌고 마켓에 들린 듯 짐을 든 길손 하나

리모델링을 한 듯 깨끗한 사설 알베르게는 10유로, 여성 전용 3층은 바닥이 마루라 깔끔했으며 침상은 정갈했다. 꿈도 안 꾸고 눕자마자 새벽까지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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