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절정의 순간은 잠시, 어느새 벚꽃잎 하롱하롱 지고 있었다.
요절한 예술가의 한생처럼 짧아서 더더욱 아쉬운 봄꽃의 찬연한 화양연화는 꿈이었나.
예래마을에서 꽃비 맞았더라는 글을 보고는 곧장 일어나 배낭을 꾸렸다.
안 그래도 지난번 예래생태공원 찾아가다가 군산 올려다보며, 불원간 다시 오리라 했더랬다.
특이하게 생긴 정상의 두 봉우리가 마치 곰인형의 작은 귀처럼 귀여워 보이는 군산도 오를 겸해서 선뜻 나선 걸음이다.
이제 보폭 넓어져 점점 지경 확대되며 지평으로 확산된 발길은 제주섬 어디든 가리질 않게 됐다.
그러니 중문쯤이야 바로 이웃이다.
며칠 전에도 다녀간 터라 지리 눈감고도 훤해진 길머리, 중문 지나 상예마을에서부터 걸었다.
마을 길까지 환하게 이어지는 벚꽃 터널.
허공에 연분홍 꽃잎 이미 분분히 날리고 있었다.
바람 세차다면 눈처럼 자욱하게 쏟아져 내리는 꽃비를 만나겠으나 고요한 날씨라 제풀에 낙화지는 이파리들.
길섶 따라 모리모리 벚꽃잎 내려앉아 잠시 화려했던 무도회의 수첩 들춰보는 걸까.
가파도 청보리밭 보러들 갔는지 생태공원은 썰물 빠지듯 봄놀이객 드문드문, 전성기 한때인 호시절은 지났다.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읊은 시인도 있건만 야속하리만치 멀어져 버린 인심.
지는 꽃에서 인생의 봄날은 가아안다~가 겹쳐져서인가, 슬그머니 나도 자리를 떴다.
이왕 나선 김에 눈엽 피어나는 군산이나 들르기로 하고, 주말에 비도 온다니 바람 불어 꽃잎 눈발처럼 사태 져 내릴 때 중문 사거리 휑하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