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한 다음 배표를 예매했다.
두 번째로 가파도에 가는 날도 청명한 하늘 짙푸르렀다.
송악산 또는 군산 정상에서 건너다보면 바다에 떠있는 널빤지 쪽처럼 보이는 섬 가파도.
최고 해발 고도가 20m다.
창파 거친 날은 물보라에 싸여 가뭇없이 사라져 버릴 듯 야트막 납작한 섬.
가오리가 양 날개 하느작거리며 대양을 헤엄치듯 한 형상을 한 가파도.
가파도는 제주섬과 마라도 사이에 널펀펀한 징검돌처럼 살푼 끼여있다.
사월이면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는 데다 주말이라서일까.
꾸역꾸역 타고 내리는 수많은 관광객을 보며 가파도가 자칫 가라앉겠네, 실없는 농을 다 할 정도였다.
육지에서 마주 보이는 거리라 금세 가파도에 닿았다.
바람이 별로 없어 배를 타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으나 파도 너울 치듯 출렁대는 청보리 이삭 초록 물결은 비교적 얌전했다.
그 대신 한창인 유채꽃과 청보리의 보색대비 선명한 유화 캔버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검은 돌로 쌓아 올린 밭담 경계는 그린& 옐로가 빚어내는 하모니 한층 격을 높여주었고.
자그마한 섬을 한 바퀴 느릿느릿 걸으며 한껏 누렸던 여유로움.
시간 여유롭다 보니 정말이지 어지간히도 사진 숱하게 찍어댔다.
배경을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마라도 액자에 넣어 담기도 하고 그림이 된다 싶으면 상춘객 모습 멀찌감치서 한 컷씩.
이번엔 가파도 초등학교도 보리 방앗간도 마을 벽화며 간판까지 디립다 찍어댔다.
보리밭 사잇길 걷기도 하고 해안길 걸으면서는 햇볕에 널어 거풍 쐬는 이부자리 솜처럼 복닥 하니 부풀어 오르던 마음자리.
마음 부풀다 부풀다 기어이 민들레 씨앗처럼 가벼이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한마리 노고지리되어 봄하늘로 날아다닐 거 같았다.
동네 골목길 촘촘히 누비며 풍경 스케치 하노라면 정겹기도 한 반면, 사람살이 어디나 그저 그렇고 그렇더라는 게 보여 애틋하고.
피곤해지면 따스하게 데워진 바윗전에 앉아 바다 멍 때리면서 눈 지그시 감아보기도 하였다.
도무지 바쁘거나 급할 게 전혀 없다.
가파도에서의 한나절 우리 입에서는 자연스레 '아아, 평화롭다'라는 말이 거푸 흘러나왔다.
아마도 천국의 평화가 분명 이러하리.
둘레가 4킬로미터 남짓이라는 섬에서 10킬로나 걸었으면 종횡무진 다 돌아본 셈이다.
동행한 이웃지기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스냅사진도 담아가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보낸 하루.
모슬포 운진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가파도까지는 십 분 거리, 섬에서 모슬포 역시 십 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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