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들어 푸른 하늘이 드러나기에 이런 호기를 놓칠쏘냐, 밖으로 나왔다.
법환포구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포구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연동 연대 표시판이 눈에 띄었다.
옳거니! 연대에 올라 바라보는 석양은 더 근사하겠구나.
이래서 제주는 올레길이 생겼듯 걷기 최적화된 여행지인 거 맞아!
걸어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더러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런 행운이야말로 묘미 각별한 거.
내심 흐뭇해지는 기분, 거나하니 연보랏빛 감흥 일렁댄다.
생각보다 길은 멀었다.
밀감 밭과 주택가를 지나 호젓한 숲으로 이어진 길은 한참도록 이어졌다.
연대는 높직한 위치에 있게 마련이므로 언덕 나타났다면 얼추 온 셈.
보수를 한지 얼마 아니 된 듯 단정한 자태의 연대에 이르렀다.
성큼 올라서보니 일단 전망 한번 끝내줬다.
오른쪽으론 길게 드러나는 법환포구, 중앙엔 범섬, 왼쪽으로는 삼매봉 아래 외돌개 해안이며 멀리 문섬까지 또렷하게 드러났다.
뒤돌아서면 고근산이 수풀 사이로 빼꼼 이마를 보이고 월드컵 경기장 지붕도 노을 사이로 어른거린다.
해넘이 시간이 가까운 듯 태양은 마지막 빛무리를 분사하듯 사방으로 붉은 기운 쏘아대고 있었다.
연대를 내려와 아랫길로 접어들었다.
'햇살 가득한 바다뜨락'이라는 긴 이름의 카페인지 별장인지 아무튼 수국만 탐스레 핀 뜰 거쳐 바다 가까운 길로 내려섰다.
그러자 바로 올레 7코스와 연결됐다.
정면에 떠있는 범섬, 우측으로는 벙커힐이 있고 좌측으로 가면 수모르공원이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대다 보니 일몰시각이 가까웠다.
법환포구 대신 외돌개에서 지는 해 전송하려고 왼편 길 따라 걸었다.
수모르 소공원에 선 순박한 석탑과 야자수가 언제나처럼 반겼다.
무성한 능소화 환하게 피어 있었으며 백년초 열매를 단 선인장 꽃도 한창이라 온 데가 노랗다.
이어지는 곳은 속골, 골짜기 깊은 계곡 다이 벌써 계류 소리 힘차게 들렸다.
예쁜 빨간 다리가 걸려있고 스토리 우체통이 선 대륜동 해안 올레길, 이 길 오가다 쉬어가던 장소다.
차박 하는지 저녁거리 준비하는 가족이 두서너 팀이나 된다.
아빠는 낚시를 즐기고 도란도란 모녀는 바다를 향해 앉아있다.
여긴 수도 시설도 깔끔 맞고 화장실도 갖춰져 있으니 요란스레 소문나지 않은 아주 속닥한 캠핑 장소이겠다.
젊은 가족들의 모습에서 거의 반세기 전인 대구시대가 겹쳐진다.
이십 대 중반, 등꽃 시렁이 흔한 동촌이나 장곡으로 저렇듯 캠핑을 갔더랬는데...
바다가 먼 대구라 주로 인근 강가로 물놀이를 가곤 한 오래전 일들 아슴하다.
천천히 언덕길을 오른다.
이미 해는 꼴깍, 외돌개도 잊기로 한다.
하긴 여기서부터 올래 7코스는 지그재그, 사유지라서 길을 막아버린 곳이 잦은 구역이다.
조금 더 걸으면 서귀포 여고가 나오므로 거기서 차를 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