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이 말하길

by 무량화

두 단어의 차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더군요.

체험으로 검증되어 살아있는 정보, 지혜.

체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죽은 정보, 지식.

그렇다면 생생한 지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영양가는 거의 없습니다. ㅎ

콩나물을 길러봤답니다.

어릴 적, 머리맡에서 들리는 졸졸 조르르~ 소리에 아침잠을 깨게 했던 콩나물시루.

제사가 많이 든 겨울에는 연달다시피 윗목에 콩나물시루가 턱하니 앉아있었지요.

맑은 물 흔들거리던 자배기 위에 밤나무 다듬어 만든 삼발이가 걸쳐지고 거기 얹힌 잿빛 시루.

그 안의 검은 보자기 밑에서 하루 다르게 쑥쑥 자라 올라오던 콩나물.

'콩나물 자라듯 잘도 크는구나' 하며 할머니 대견스레 손주를 바라보잖아요.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지요.

언젠가 한국 마트에 갔다가 한 되 거리쯤 되는 작은 떡시루를 보고 샀는데요.

그걸 이용해 마침 집에 사둔 햇콩으로 한번 실험 삼아 재미 삼아 콩나물을 길러보기로 작정했네요.



콩나물 기르기, 뭐 너무도 간단하니 아주 쉬울 거 같아 까짓것~하며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해 봤지요.

걸핏하면 해대던 인터넷 검색도 일체 생략하고요.


예전에 본 대로 밥상에 콩 두어 줌을 흩뿌리듯 올리고 반쪽짜리나 못난이 콩을 골라내기부터 했어요.

콩을 불려 시루에 안치고 적당한 걸개를 얹어 올려놓은 다음 짙은 색 타월로 잘 덮어주었지요.

콩나물 꼭지가 빛을 보면 파래진다며 덮개에 손대지 못하게 하던 기억대로 야무지게 덮어주고 물을 부어줬지요.

암튼 그냥 물만 자주 주면 되겠지 싶어 방법, 과정 싹 무시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처럼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부엌 한켠 응달에 두었는데 기온이 안 맞는지 아니면 물 주는 횟수가 적었는지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며칠 지나자 콩나물 덮개가 약간 치솟아 올라왔기에 어느 정도 자랐다 싶어 콩나물을 뽑아봤지요.

원래는 살살 흔들어가며 빼내야 하는데 빽빽하지 않아서인지 단숨에 한 줌이 뽑히더라고요.

그런데 하이야니 오동통한 나신에 쭉 뻗은 다리가 아니라 호리호리 빈약한 몸체에다 멋대로 꼬부랑거리는 실뿌리까지.

뭐 그쯤은 애교로 봐주겠는데 반 정도가 색도 탁하고 곯아 흐물대더라고요,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아마도 그래서 사다 먹는 콩나물에 여러 부정적인 소문들이 따르나 봐요.

대량생산하는 콩나물 공장에선 비료니 성장촉진제 거기다 농약에 표백제 방부제도 쓴다는 말이 도는구나 싶더라고요.

먹거리 X파일 방송을 보니 업체 사람들도 100% 물로만 키우는 콩나물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하더군요.

그처럼 성장촉진제 사용을 솔직히 시인하더라고요.

콩나물의 손실률을 줄이기 위해 먼저 콩 자체의 소독처리는 물론이고 기르는 중에도 보존제 처리를 한다지요.

한국에서는 콩나물마다 국산콩 운운하며 광고하지만 실제 콩 자급률이 7%도 되지 않는 나라 아닌가요.

저마다 국산콩을 써서 두부도 만들고 메주도 쑤고 그 많은 콩나물도 길러낼 수가 어찌 있겠어요.

거의 다 수입 대두인데 국산콩으로 둔갑을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GMO든 뭐든 미국 산이면 그나마 나은데 위험천만한 중국산 콩이라면...

콩나물, 우선 숙취에 그만인 시원한 콩나물국이 떠오르지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히 들어있는 걸 우리 선조들은 어찌 알았을까요

겨울철 김치 썰어 넣고 굴이나 새우 넣어 끓인 개운한 김치 콩나물국은 속을 훈훈하게 덥혀주지요.

콩나물에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에다 알긴산 성분이 들어있어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하게 해 준다잖아요.

제사상에도 오르는 콩나물무침, 별미인 콩나물밥, 게다가 아귀찜은 콩나물이 없으면 무슨 맛이겠어요.

두루두루 쓰이는 대중적 국민반찬인 콩나물인데 이런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건 정말 죄질이 나쁜 거지요.

그러나 알면서도 속아주고 또 믿는 게 맘 편하니까 다들 먹는데 뭐, 하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먹어줘야 할까요.

미심쩍어하면서도 아무 대책 없이 마냥 구시렁구시렁 뒷담화질이나 할 거 없이 직접 한번 길러보자 했는데....

다음에 다시 시도를 해보려 하는 중, 그땐 과연 흡족하니 맘에 드는 성공작을 내놓을 수 있을는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그대로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요.

사실 콩나물은 그 속에서도 부지런하게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고 저장하며 쑥쑥 잘 자라납니다.

물이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다 흘러내리는 것 같아도 어느새 콩나물 움쑥 자라나듯, 평소 브런치에서 보고 듣는 좋은 말 귀한 정보도 단지 그때뿐인 일회용이 아니랍니다.

귓가를 스쳐 금세 흘러가는듯하지만 더러는 자양분으로 남겨져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콩나물이든 포스팅이든 맑은 물(내용)이 필요한 까닭은 분명해요.

청정한 물을 먹고 자라면 뭐든 깨끗하고 건강하게 자라지만 오염된 물을 먹고 자라면 어느덧 속이 곯아버립니다.

그렇다면 다른 독자들 배려 차원에서도 공해가 되는 글은 좀 삼가야겠지요.

실패작은 인내의 내공 쌓지 못한 자신 하나만으로도 족하거든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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