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비 출출 내리는 날은 부침개가 먹고 싶듯.
앓고 난 다음엔 영양 보충을 위해 전복죽이 생각나듯.
술꾼이 아니라도 땀 흠뻑 흘리고 난 뒤 시원한 맥주를 찾듯.
피곤할 때 초콜릿이 땡기듯.
다향 번지면 문득 송화다식이 그립듯.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얼큰한 복국이 떠오르듯.
부실해진 건강을 생각해서 고단백 메뉴를 챙기게 되듯 입덧하고는 전혀 상관없이~ㅎ
이처럼 어떤 음식인가가 무척 땡기는 날.
평소 소홀했던 자신에게 이때만이라도 서비스 차원을 넘은 특별 대접, 반드시 해줘야겠지요.
불현듯 어떤 음식이 몹시 먹고 싶은 적 없었나요?
어제는 미역국 얘길 하다가 파래향이 그리워졌고 그 포스팅 올리자마자, 짭조름 바다 내음 머금은 기장 물미역무침이 정신 못 차리게 먹고 싶은 거예요.
해운대 비치호텔 앞 해변의 노점상 국솥에서 허옇게 김 올리며 끓는 홍합 국물도 먹고 싶었고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등장하는 부산 특산물이 물미역 그리고 홍합이구요.
특식이라면 콩나물이랑 미나리만 넣고 끓인 생복국이거든요.
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음식이야 그림의 떡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미역무침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어 부랴사랴 만들었지요.
건미역 물에 불렸다 건져 끓는 물에 살푼 데치고
고추장에 식초 넉넉히 그리고 갖은양념에 살살 버무렸지요,
오이나 무채가 있으면 더 상큼한 맛을 내겠지만
대신 아삭고추와 양파를 넣어줬더니 씹히는 맛이 그럴싸하더라고요.
기본 반찬에다 생등심 몇 쪽 굽고 향이 강한 실란트로도 무쳐놓았지만 거들떠도 안 보았네요.
보다시피 소찬이나마 이것저것 올리긴 했으나 거의 손도 안 대고 오직, 밥그릇 말끔 비우게 한 게 바로 이 미역무침 한 접시였어요.
미역무침이 바닥을 보이자 남은 양념 국물에 밥 한 주걱 더 퍼서 쓱쓱 비벼 먹고 나니 흐으음~ 기분 좋은 이 포만감.
진수성찬 아니라도 먹고 싶던 걸 때맞춰 재까닥 대령시키니 왕후장상 부럽지 않더라고요.
별스럽지도 않은 동해 기장산 흔하디 흔한 해초인 미역,
그 연상작용만으로 침샘이 그리 마구 고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한 반면, 어쩌면 내 몸에 요오드와 칼슘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때로 몸에서 부르는 음식이 있긴 있더라고요.
몸이 찾는 음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체건강, 정신건강을 위해 자신이 보충해야 할 영양소 중
결핍됐던 식품이거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함유된 음식들이라지요.
신통하게도 몸이 찾는 음식을 먹고 나면 확실히 몸의 반응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심신이 개운해지며 활력이 돌고요 흡족한 기분이 들며 원하던 것이 채워진 충만감으로 행복해지고요.
먹기 위해 사는 듯한 인간이고 싶지는 않으나 뭐 별 수 있나요, 먹어야 사는걸요.
과도한 두뇌활동으로 뇌가 피곤해지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채우기 위해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원하게 되고요.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비 오는 날, 찌짐이 먹고 싶어 지는데도 까닭이 있더군요.
부침질 주재료인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비타민B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잖아요.
단백질에 들어있는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세로토닌 생성을 활발하게 해 준다고 하네요.
거기다 부침요리를 할 때 기름이 자작자작 튀는 소리는 빗소리를 연상시키는데요,
그래선지 보슬비가 내릴 때보다는 장맛비가 올 때 사람들은 전이나 부침을 더 찾게 된다지요.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법,
따라서 부산 블로거 만나 느닷없이 먹고자픈 미역무침이 아니었더라고요.
사람이 세련되지 못하고 워낙 촌스럽다 보니 먹고 싶은 음식도 서민적 토속적인 것뿐.
그러나 요즘 들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며 약이 되는 음식이라 하여 뜨고 있는 웰빙식품 대부분 특징이 있어요.
별 가공 과정 없이 자연에 좀 더 가깝게 만들어낸 음식들로 거의가 거칠 정도로 소박하더라는 공통점을 가졌지요.
하긴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어릴 적에 먹었던 음식에 끌리는 입맛이 되는 걸 느끼게 되지 않던가요.
미역의 주성분인 마그네슘은 칼슘의 흡수를 도와 신경계의 흥분을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데다가요.
체내 효소의 활동을 돕는다니 산모가 아니라도 성질 급한 저 역시 미역 자주 먹어야겠어요.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