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의 오월

by 무량화


달마산 자락 아름다운 고찰, 미황사(美黃寺)다.

미황사는 달마산이라는 이마 흰 바위병풍 두르고 서해 내려다보며 한반도 남쪽 끝 해남에 자리한 사찰이다.

색상 정갈한 일주문 현판은 아주 독특하다.

기발하게 그림을 담은 한자 하나가 눈길을 끈다.

‘山’ 자가 천진스러운 동자승처럼 말을 건넨다.

달마산이 품은 절벽에는 탑과 소나무, 꽃도 피었다.

절 앞에는 따사로이 인적 거닌다.

어흠! 경건한 절집의 위엄 대신 파격의 멋이 담긴 즐거움이 미쁘게 다가선다.

소백산맥이 바다에 젖어들기 직전 불끈 일어서서 빚어놓은 빼어난 경관의 기암괴석.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암봉마다 급경사의 단애 이루었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삐쭉빼쭉한 암벽, 수려한 능선의 자태 절경이라 남도의 금강산이라는 달마산이다.

그만큼 먼 빛으로도 산세 기기묘묘하다.

인근 대흥사는 여러 번 찾았는데 미황사까지는 도무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기대에 찬 이번 초행길을 안개인지 해무인지가 흐릿하게 시야 가로막는다.

솔숲 동백숲 거느리고 일주문 지나 언덕 오르며 뒤돌아봐도 조망권은 막막, 산수풍경 가뭇없다.

대신 달마대사 석상이 왕방울처럼 부리부리한 눈매로 객을 맞아준다.


산스크리트어 다르마(Dharma)에서 온 달마는 보리와 마찬가지로 청정한 지혜를 일컫는다.

눈 부릅뜨고 진리 찾아 정진하라는 뜻인가.

계단 오르면 또 계단.

여러 단의 축대 위에 천왕문, 종각, 대웅보전이 차례로 모습 드러낸다.

통일신라시대 의조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스치는 바람이 천이백여 년 전 설화를 들려준다.

정유재란으로 불타기 전에는 열두 암자를 거느린 큰 절이었다는데.

승병 일으켜 왜군과 혈전 벌였던 미황사에는 그래도 용케 지정 보물 등 문화재가 남아있다.

가파르게 각진 돌층계 옆 뜨락에 수국꽃 푸르게 피어있었고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 서로 키재기 했다.

높은 축대 위, 화려한 단청 입히지 않은 대웅보전 담백하고 수수해서 한층 인상적이었다.

배흘림기둥 받치고 선 주춧돌에 아로새겨진 연꽃무늬와 게, 거북이는 바닷가 절집다웠다.

미황사도 미황사지만 그보다 더 마음 확 끌어당긴 달마고도 둘레길.

부산 해파랑길 갈맷길처럼 여기 와서 알게 된 달마고도 전 구간 약 12km 둘레길 걷기야말로 꼭 해보고 싶다.

올봄 내내 세상 어지럽힌 황사 잦아들면 그때 다시 달마산을 찾을 것이다.

한갓지게 하루 미황사에서 템플스테이하면서 도량석 목탁 소리에 잠에서 깰 것이고 도솔암에 올라 땅끝을 바라보리라.

아찔한 암봉에 새집처럼 깃든 도솔암에서 지는 서해 낙조를 보고야 말리라.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설레임으로 두근두근 동계(動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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