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말일인 내일은 음력으로 5월 5일 단오랍니다.
미당 선생이 춘향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했듯, 오월 단오는 그네뛰기부터 떠올리게 하는 절기이지요.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보면 아녀자들이 치마폭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 높이 박차 오르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남정네들은 씨름판을 벌려 대회 최종 승자는 상으로 황소를 타고 천하장사로 등극하지요.
단오는 일 년 중 양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날, 단옷날 중에서도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 꼭들 氣 받으세요.)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각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약쑥, 익모초 등을 쪄서 말려 두기도 하였답니다.
외갓집 바깥채, 박쥐 장식이 묵직했던 대문간 옆엔 약쑥을 한 다발 묶어서 세워두었더랬는데요.
이는 재액(災厄)을 물리치는 부적 같은 의미인데, 지금껏 아득한 유년기의 기억이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네요.
예로부터 단오절은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기렸는데요.
단오는 일명 수릿날,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午節), 단양(端陽)이라고도 불렸답니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는 다섯을 뜻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의미하지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기록에 따르면 단오에는 쑥과 익모초로 떡을 만들어 먹는데, 수리 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생겼기에 '수리'란 명칭이 붙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 망개떡, 밀전병, 앵두편 등 시절 음식을 즐기기도 했대요. 이날 부인들은 방향성 물질이 든 창포뿌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향기와 윤기를 더해주는 멋을 부리기도 하였고요,
단오장(端午粧)이라 하여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으면 일 년 내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다는군요.
창포와 창포꽃을 제대로 알고 계시나요?
이 포스팅을 준비하며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요.
창포, 꽃창포, 석창포, 붓꽃, 난초..... 잎사귀가 다들 날카로운 대검같이 길기에 꽃도 당연히 서로 비슷하게 생긴 줄 알았어요.
화투장에 그려진 오월 난초를 비롯하여 창포 샴푸 광고를 통해, 여태껏은 아이리스를 닮은 남보랏빛 꽃창포를 창포라고 여겼더랬는데요.
학명이 Acorus calamus var. angustatus인 창포는 천남성과 천남성 속의 다년초로 연못이나 도랑가에서 자생하고요.
모양이 마치 부들같이 생긴 데다 무성하게 자라는 포류(부들류)라 창포라고 불린다네요.
그런데 꽃 모양새야말로 전혀 뜻밖이더라고요.
창포는 화사하고 단아한 꽃잎 대신 화수(花穗)라 불리는 부들 같은 꽃을 무덤덤히 피우더군요.
환경부 산림청의 보호식물로 국가 생물종 중 희귀종인 창포는,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이라니 나라의 보호를 받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하선동력(夏扇冬曆)’이란 말 들어보셨는지요.
여름철 단오엔 부채, 겨울철 동지엔 책력을 선물하는 풍습을 이르는데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오절 즈음해서 조선시대 공조(工曹)에서는 단오선(端午扇)을 만들어 왕에게 진상하였답니다.
왕은 이 단오부채를 대신과 관리들에게 하사하였고, 다시 그들이 친지에게 선물했다는 기록이 다수 남아 있는데요.
여름철을 대비하여 단오에 나눠주는 부채는 젊은이에게는 푸른빛의 부채, 노인이나 상주(喪主)에게는 하얀 부채를 선물하였다는군요.
한지의 산지인 전주 지방 특산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합죽선은, 하얀 백지선(白紙扇)에 그림이나 좋은 글귀를 넣어 부채 이전에 예술품으로 선물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서로 간의 미적 소양을 격조 있게 나눠가며 고아한 예인의 아취와 풍류를 한껏 즐겼던 거지요.
합죽선은 고려 시대에 발명된 접는 부채로 중국이나 일본까지도 그 기술을 전하였다는데요.
외국에서는 이를 고려선이라 하여 귀중한 명품으로 대접하였다지요.
맨 아래 그림의 설명을 보면 부채 양쪽 가장자리를 지탱시키는 대나무가 붙어있는데 이 변대의 대나무 뿌리 마디에 따라서 가격이 형성된답니다.
보통 변대의 마디 수가 9~12 절, 12~24 절 이상도 있으나 17절이 넘는 경우는 그 수가 귀하여 아주 높은 가격대를 보인다는군요.
은근 자랑질인데 제가 선물 받은 위 사진 합죽선은 16절이며 그림은 서예가로부터 따로 받았답니다. 아주 한참 전에요.
"장장채승(長長彩繩) 그넷줄 휘늘어진 벽도(碧桃)가지 휘휘 칭칭 감아 매고 섬섬옥수(纖纖玉手) 번듯 들어 양 그네 줄을 갈라 잡고 선뜻 올라 발 굴러 한 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머리 위에 푸른 버들은 올을 따라서 흔들 발밑에 나는 티끌은 바람을 쫓아서 일어나고 해당화 그늘 속에 이리 가고 저리 갈 제~~~"
판소리 춘향가 중에 나오는 '춘향이가 그네 타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단오절 되시길.
<국립민속박물관 자료 사진 일부 참조>
내일은 또한 바다의 날이랍니다.
해상왕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오월을 기려, 5월 31일을 법정 기념일인 바다의 날로 제정했다네요.
물론 하늘의 날도 있답니다.
다만 자연이, 하늘이며 바다가 그저 늘 곁에 있어왔기에 달리 정해진 기념일 같은 게 있는 줄 몰랐던 거지요.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그러려니 아주 당연시해왔듯이요.
달력을 자세히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바다의 날입니다.
하여 어제는 새삼스레 바다를 만나보러 일부러 해운대 해변을 찾아갔답니다.
부산이야 발치에 주르름 바다를 깔고 있지만 그래도 부산바다, 하면 해운대 바다 아닙니까.
휴일이기도 하여 한낮보다는 한적한 오후 늦게 바다 앞에 섰는데요.
하루를 바다와 즐기다가 귀가하는 팀도 다수 있었으나 그래도 여전 모래사장에는 인파가 북적거렸지요.
해수욕장은 아직 개장하지도 않았는데 수영복 차림의 외국인들도 꽤 많았어요.
웬일이야? 밤새 세상이 어찌 됐나 싶을 정도로 전에 없던 광경이라 자못 의아했네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전날 밤부터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즐기는 미국인들이 2천 명이나 해운대에 몰려들었다고 해요.
그네들의 매년 오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는 우리가 기리는 현충일과 같은 날.
나라와 사회를 목숨 바쳐 지키는 군인과 경찰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미국인들에겐 각별한 날이랍니다.
그에 더해 이 연휴의 의미가 특별한 이유는 사실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인들의 여름 여행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하여 유난스레 더 소란 피우며 떠들썩하게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자유로이 누려보고 싶었을 그들.
지역 뉴스에 나올 정도로 눈살 찌푸리게 한 그들 일부의 자유분방한 일탈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 욕 들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