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파도가 토해낸 쓰레기

by 무량화

정말이지 그간 너무들 했다.

뭐든 자비로이 포용해 온 자연에 대한 무례한 폭거의 연속이었다.


이에 바다가 포효했다.


모든 동작 이제 그만 그쳐라!!!


팬데믹 상태가 그럭저럭 세 해째로 접어들던 때였다.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지내며 답답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처음엔 정체불명의 병원체에 무한정 공포감을 느끼며 공황상태에 빠졌고 그다음엔 무지막지한 병균을 퍼지게 한 정부에 대하여 격한 분노감에 휩싸였다.

그다음엔 엉망진창이 된 생활에 어처구니가 없었고 그다음 적응해 가며 무기력하게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유일한 탈출구는 자연뿐, 해풍 시원스레 몰아치는 바다로 나갔다.

폭풍우 지난 포구와 해안변 일대는 매번 바다가 토해놓은 오물들이 뒤범벅되면서 중장비를 동원해야 할 만큼 온갖 쓰레기들로 저분했다.

해조류가 주로 밀려오던 봄철과는 달리 여름철이 되자 폭우로 산지가 유실되며 급류에 떠내려 온 갈대며 나무둥치, 공사장 건축자재 등등.

그 외에 어로용품인 스티로폼과 그물, 빈 생수통,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 엄청난 쓰레기가 뒤섞여서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스스로 자연정화될 수 없는 폐기물들인 이 쓰레기들은 해양환경 주 오염원으로, 거의가 생활쓰레기와 양식장 부표로 사용된 스티로폼 및 어구들이 대부분.


마구잡이로 내던진 잡동사니 쌓여 내동 속 시끄럽고 더부룩해도 묵묵히 견뎠으나 참고 참다 인내의 임계점 넘어 터져 버린 분노다.


평소 우리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되돌아와 산더미처럼 쌓이는 이런 현상은 바다에 뒤채이는 풍랑 거칠게 지나간 다음이면 매번 반복된다.

악몽 같은 코로나가 빈사상태에 빠진 지구의 비명이라더니 성난 바다가 한바탕 포효하고 난 뒤끝은 이처럼 어수선한 쓰레기의 반격이다.

말없는 데몬스트레이션, 시사하는 바 크다.​



역병이 휩쓸고간 뒤 여름, 제주 해변에서다.


중문관광단지의 색달해변은 관광단지답게 고급 호텔이 언덕 위에 즐비하게 서있다.

야자수 늘어선 해안 풍경은 이국적이며 무지개처럼 둥근 모랫벌은 결 고운 은모래층 두텁다.

무엇보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 색깔 아름다운 데다 수질 청정하기로 소문 자자하다.

하여 해마다 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수영은 물론 윈드서핑 제트스키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고자 찾는 명소다.

이런 여건들로 인해서인지 색달해수욕장에선 외국인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서핑 대회가 개최되는 곳이며 언덕에 선 유수의 호텔에서는 각국 대통령들과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한 곳답다.

서퍼들이 반기는 잦은 파도와 높게 밀리는 파도의 특성으로 서퍼의 천국이라 불리며 서핑 교실까지 열려 청소년들도 몰려든다.

그런데....



해수욕장 입구인 동쪽 해변은 여름철이면 바다를 즐기러 찾아온 사람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반면 파르나스 호텔제주가 서있는 서쪽 해변은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로 지저분하다.

갯깍 주상절리대 근처라 검은 바위들이 해안가에 널려 있는 그 주변이다.

호텔 신라 아랫녘부터 쓰레기가 깔리기 시작해 갯깍 가까이에 이르면 숫제 오만 쓰레기 집합장이다.

조류 흐름이 이 방향으로만 바다 쓰레기를 몰아다 놓는지 아니면 해수욕장 부근은 날마다 청소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색달해수욕장보다 곱절 이상으로 훨씬 너른 해운대해수욕장은 아침마다 모래사장 전역을 촘촘히 청소하며 관리한다.

해서 언제 가봐도 깔끔하다.

태풍이라도 지나고 나면 새벽부터 청소원은 물론 시청 직원이며 지역봉사자가 대거 출동해 쓰레기 수거작업을 한다.

실제 태풍 뒤끝 청소 때는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동원되는 것도 봤다.

요 정도 쓰레기라면 색달 상가 봉사자만 한 두어 시간 소매 걷어붙이고 일하면 깨끗이 해결될 일이다.

명색이 관광단지 내이며 국내 유명 호텔들이 운집해 있는 색달해변인데 시청 청소과 관리자는 시내만 관할하는지?



대마도 해역의 쓰레기는 거개가 한국에서 밀려온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플라스틱 병들이며 과자 봉지가 해류를 타고 대거 떠내려와 대마도 인근 바닷가를 쓰레기장화 시킨다고 했다.

그물이나 어구 외의 물품들에는 상표 또는 제품 표시 글씨가 있어 어느 나라에서 온 건지 금방 식별된다.

색달해변 쓰레기는 십중팔구 중국제였다.

미세먼지인지 황사인지만 덤터기 씌우는 게 아니라 밉다 밉다 하니 쓰레기조차 한문투성이다.

이 정도 문제 가지고 따져봤자 중국 정부는 눈도 깜짝 안 할 테니 일단 지저꺼분한 상태 청소부터 해서 해수욕장 미관을 해치게 하진 말 일이다.

어쩌겠는가, 애먼 지도를 탓하며 반갑잖은 이웃나라 싹싹 지워낼 수도 없고 한반도를 다른 위치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번엔 사계해안에서다.


쎈 태풍 힌남노가 온다고 했다.


12층에서 지켜본 태풍은 실제 소문만큼 요란스럽지 않았다.

매스컴이 호들갑을 떤 역대급 태풍은 역대급 허풍 같았고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에 놀아났다 싶었다.

태풍이 지난 바로 다음날, 이웃 동네에 갔을 적만 해도 자리돔 산지인 보목포구는 멀쩡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육지 쪽은 폭우로 불어난 물난리에다 해변가 파도까지 굉장했던 모양이다.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 심각한 포항과 경주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서귀포의 다른 해안 상황은 어떤가 싶어 사계를 거쳐 송악산을 다녀왔다.

깨끗한 모래와 푸른 물이 어우러져 명사 벽계를 뽐내는 사계, 오직 변함없는 건 바다에 뜬 형제섬이었다.

사계해변에서 송악산을 걸어가는 동안 태풍이 토해낸 엄청난 양의 해양 쓰레기와 마주쳤다.

이곳만의 독특한 마린 포트홀은 만조라 물에 잠겨있지만 발자국 화석이 있는 해변은 엉망이 된 쓰레기 잔해에 뒤엉켜 있었다.

구석기시대에 생성되었다고 추정돼 천연기념물로 지정, 목재 울타리를 둘러 보호받는 지역이 아예 쓰레기 하치장이 됐다.

목책은 반쯤 부서져 나가고 화산석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만 뒤엉켜 있었다.

쓰레기는 해안가를 넘어 이 차선 해안 도로변과 산지가 맞닿는 지역까지 밀려와 나뒹굴었다.

같은 사계라도 안덕면 쪽은 쓰레기 처리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한 반면 대정면은 쓰레기를 마대에 수거해 놓았다.

대정 쪽 사계해변 암석지대는 그나마 파도에 말끔 휩쓸고 간듯 깨끗했으나 풀숲에 걸린 쓰레기만은 곳곳에 파묻혀 있었다.

대규모로 유입된 해양 쓰레기는 거개가 플라스틱, 스티로폼, 폐어망 및 섬에서 쓸려온 나무뿌리 등이었다.

기간제로 운영되는 바다지킴이 활동만으로는 절대 역부족, 지금은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일출봉 아래 성산포도 마찬가지였다.


추석 즈음, 느린 속도로 12호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기상예보가 떴다.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시야 흐려 한라산이고 서귀포 앞바다고 죄다 숨바꼭질 중이었다.

제주 해안에는 아직 지난번 힌남노가 휩쓸고 가며 남긴 쓰레기 후처리를 못했는데 또 태풍이라니.

물론 태풍의 순기능도 있으니 지구의 열 순환을 도와 대기 질을 개선하고 바닷물을 왕창 뒤집어 녹조현상을 막아도 준다고 한다.

그러나 강풍과 폭우와 해일을 동반하는 태풍은 어쩌면 심술 난 바다가 인간들에게 한바탕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바다는 그렇게 스스로 살기 위한 자정작용을 하지 않으면 마침내 화병으로 속이 썩어 문드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일부러 바다에 버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는 종당엔 꾸역꾸역 바다로 밀려들게 마련 아닌가.




우도가 마주 보이는 언덕 아래 바닷가에 엎딘 해녀의 집까지도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해안가 함석집 앞에 해녀가 멍게 전복 같은 해물을 팔고 있었다.

이 바닷가도 예외 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끝자락에는 여러 종류의 해양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채였다.

어디나 그러하듯 여기도 플라스틱 빈병이며 밧줄 등 각종 어구류를 비롯해 대나무며 각목 따위가 떠밀려와 어수선했다.

스티로폼 자잘한 가루조각들은 아예 띠를 이룬 채 하얀 물거품처럼 모래톱에 길게 깔려있었다.

해마다 때마다 거센 태풍은 바다에 몰려든 쓰레기들을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뭍에 되돌려 준다.

바다 쓰레기 발생 실태조사에서도 보고됐듯 과반수 이상을 넘어 주종을 이룬 것이 어로작업 시 발생한 쓰레기들.

이에 어선주와 선원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는 당연하겠고 적극적인 계몽활동도 따라야 하리라.

바다는 어민들의 삶터다.

삶의 터를 쓰레기 투기 장소로 만들면 결국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게 돼 어장은 황폐화로 치닫게 된다.

누워서 침 뱉기 정도가 아니라 이는 어민 스스로가 행하는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련만.


제주 바닷가 곳곳에 즐비하게 널브러진 플라스틱 제품들.


플라스틱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요즘 매스컴마다 난리다.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바다에, 구름에, 토양에 진을 친지 오래됐단다.


결국 물속의 생선 살에도, 비를 맞으며 자란 식물의 세포에도 무수히 박혀있다는 미세플라스틱은 돌고 돌아 우리 몸에 축적이 돼고.


그렇듯 쓰레기로 병든 지구에서 우리의 건강은 지켜질 리 만무다.


원유를 가공한 플라스틱 원자재에 다양한 첨가제 1%가 또 들어간다.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과불화화합물인 첨가제는 발암성 및 유전독성 물질로 분류되는 물질들.


이는 부드럽고 색상이 곱고 내구성이 강화된 플라스틱 제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처방이다.


편리성과 유용성에만 취해 살다가는 소탐대실하기 십상이다.


미세플라스틱이 면역계 교란은 물론 치매와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어린이 성장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다.


그럼에도 우리 일상은 플라스틱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않다.


당장 생활 주변을 둘러봐도 이 아연할 현상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니까.


연간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한다.


1분에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바다에 쏟아붓는 셈이다.


대부분의 해양 플라스틱은 육상의 생활 쓰레기나 산업 폐기물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다.


우리의 절제된 소비와 기업의 자율적인 생산량 감축만이 미래 세대에게 지구라는 자산을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환경의 달이기도 한 유월 오늘은 세계환경의 날이다.





https://youtu.be/NVjs3-ft4KU?si=8RJz410-Ib6IF-1a

https://youtu.be/mt07FzxbhaI?si=vnPZklOCqeH_c0GI


https://youtu.be/Ad1VWQdkumU?si=STxYibPGzN8LL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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