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은 외돌개로

by 무량화

밤낮없이 찜통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번번 숙면마저 놓치고 만 신새벽.

다섯 시 반만 돼도 동녘은 일출 기운이 부챗살처럼 번져 불그레하다.

창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며 앞바다를 바라본다.

소담스러운 구름은 바다 가까이 내려와 닿아있고 청회색 바다에 파도 하얗게 밀려든다.

그래서인지 바다 쪽에서 부는 바람결 상쾌하다.

폰만 들고 챙너른 모자를 쓴 채 외돌개 쪽으로 산책을 나선다.

오늘 최고기온은 32도이나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도는 날씨란다.

한낮 외출은 엄두도 낼 수 없게끔 무작스레 이어지는 염제의 횡포.

매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지라 아침나절 아니면 선뜻 밖에 나서질 못하니 때는 이때뿐이다.

반복적인 고온현상으로 자외선 지수도 높고 오존 농도 역시 높으니 오후에는 방콕이 답이다.



무진장 짙푸른 인근 산야는 근육질로 강고히 무장하고 있다.

대륙을 단숨에 평정한 칭기즈칸의 기개 같달까.

칠월의 삼매봉 자락은 밀림이듯 마구 벋어 오른 칡덩굴 욱욱하고 발치 풀숲조차 저마다 기세등등하다.

두 팔 내저으며 발걸음 더욱 당당해지지 않으면 주눅 들어 그만 어깨 구부정 고개는 수굿해질 판이다.

먼저 황우지로 내려가니 이른 시각이라 인적이 별로 없다.

전과 달리 황우지해변으로 향하는 층계길이 폐쇄돼 물가까지는 못 간다.

작년만 해도 스노클링 명소로 붐비던 장소이나 주변 석벽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통행로를 막아놨다.

언덕 위 전망대에서 저 아래 보석같이 빛나는 소(沼)만 사진에 담고 바람의 언덕을 지나 외돌개로 향한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파도 소리 데불고 호젓이 목재 데크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가 수선스럽게 떠드는 단체 여행객 무리에 섞였다.

육지 어느 교회에서 온 그들은 전교여행을 온 들뜸으로 데크길 비좁게 떼 지어 이동하며 희희낙락.

집 떠나 타지 명소에서 바닷바람을 쏘이면 누구라도 기분 풀어져 그들 같지 않으랴.



그간 외돌개를 찾았던 시간은 대개 해질녘, 이처럼 이른 시각 방문은 처음이다.

이 날따라 하늘은 푸르게 열려있었으며 구름장 여유로이 떠있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범섬도 외돌개도, 쪽빛 바다에 뜬 연꽃 봉오리처럼 자태 오연했다.

전설 같이 아득한 고려말, 외돌개 바위를 대장군처럼 위장시켜 범섬에 진을 친 목호의 난을 평정한 최영장군의 치적이 아니라도 아침나절 바라본 외돌개나 범섬의 기상은 장려하고 출중하게 여겨졌다.

서귀포 선착장에서 범섬 둘러보는 관광유람선을 탔을 당시, 범섬을 옹벽처럼 빙 둘러 감싼 주상절리 웅자에 탄성을 발했던 생각이 났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본 바 없어 비교는 어렵지만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다음으로 대단했던 범섬.

민둥 대머리 같던 외돌개는 한여름 맞아 숱 풍성한 머리칼이라 구레나룻 짙은 임꺽정이 연상됐고.

오늘따라 잘 생긴 석 조각품 같은 늠름한 외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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