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아침

by 무량화


일산에 사는 언니집에서다.


아침, 창밖은 안개 자욱하다.

앞뒤 옆으로 온통 안개천지라 건너다 보이는 고층 아파트들이 낯설어진다.

마치 요새 세간사처럼 부옇게 흐린 시야 답답하고 깝깝한 데다 모든 게 불확실하기만 하다.

차라리 안개에 싸인 숲이나 보려고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나절이건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바람 한점 없다.

포장도로 지나 뒷산에 이르기도 전, 먼저 발길 칭칭 동여매는 자연의 소소한 정경에 빠져든다.

조롱조롱 거미줄에 맺힌, 새로 핀 연한 꽃잎 적시는 몽롱한 안개.

투명한 옥구슬 알알이 꿰어 고은님 오시면 선물하려 기다리는데 나 기꺼이 님되어 본들 어떠리.

멀리까지 갈 필요가 무에 있으랴. 지척에서 자연은 색다른 모습으로 이리 반겨주는데.

안개비 빗발로 변할 때까지 꽤 한참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건조한 사막에서 그리도 아쉬워했던 안개.

보얗게 안개 떠도는 숲.

부유하는 구름띠 비 되어 숲을 적신다.

초목은 더할 나위 없이 싱푸르다.

습습한 대기 심호흡하자 세포의 감각 저마다 일깨워진다.

하지만 압축과 절제 서툴러 시 쓰기 그름을 아는지라 주어진 분복대로 사는 사람.

주절주절 풀어놓는 사설이 길지만 내 길 아닌 시인, 욕심내지 않으려 다독거린다.

"물방울까지 이렇게 잘게 써는/그는 과연 누구인가."

박성룡 시인의 시가, 흐르는 숲 안개에 겹친다.

숲길에 접어드니 여기저기 물 고인 고랑이 제법.

까치발로 물길 피해 가다 툭 건드린 큰까치수염 꽃이 사방에다 대고 분무기 흩뿌린다.

시큼한 까치수염 연한 줄기 툭 분질러 씹었던 옛일 생각난다.

비 젖은 숲 어디선가 산새소리 들릴 듯하건만, 눅눅한 날씨라 죄다 낮잠이라도 들었나.

대신 등짝에 초록 점찍은 두꺼비만 위장한 채 눈 꿈벅.

사위는 고즈넉하다 못해 고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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