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앞집 장독 뚜껑에 빗물 말갛게 고여있다.
밤부터 내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폭염으로 엄청스레 쪄댄 여름 어서 가라며 등 떠미는 빗줄기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우중의 서늘한 날씨, 이런 땐 괜히 입이 궁금해진다.
오늘따라 과일이나 건과류보다는 방금 부쳐낸 찌짐 생각이 간절하다.
지글지글 전 부칠 때 나는 음향을 연상시키는 빗소리라, 전자동으로 찌짐이 먹고 싶어 진다던가.
그렇다고 번거롭게 일 벌일 위인은 못되니 그저 상상 속 궁리만 가득하다
담치 국물 곁들여 뜨끈한 부추찌짐 손으로 죽죽 찢어서 한입 가득 넣고 우물거리고 싶다.
매콤한 떡볶이랑 어묵꽂이 먹어볼까도 싶다.
돈육 김치말이 맛은 어떤지 시식도 해보고.
빗줄기 좀 수굿해지면 바로 이웃인 올레시장이라도 다녀오련만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올레시장 풍경들이 아삼삼 떠오르나 옷 후지르기 싫어 제외시킨다.
바지락칼국수 생각도 절실하지만 우산 쓰고 폭우 뚫고 나가야 하니 엄두가 안 나 사양.
아직껏 배달음식은 시켜본 바 없으므로 그도 패스.
오늘따라 하필이면 사다 놓은 과일조차 떨어졌다.
비 그치면 마트에 가 이것저것 군입 거리를 사다 쟁여둬야겠다.
대신, 엊그제 행사장에서 선물 받은 햇고구마를 냄비에 올린다.
그 사이 폰에 저장된 포토들을 뒤적거린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 한정식집에서 먹어본 음식들에 시선이 멎는다.
각종 나무새, 잡채, 묵무침, 샐러드, 해파리냉채, 조기구이, 불낙, 떡갈비...
고구마가 쪄지길 기다리며 이번엔 동영상을 둘러본다.
대개 십여 초 상관의 동영상들이지만 개중엔 삼사십 분 짜리도 있다.
쇼츠가 대세인 요즘이다.
특별히 호기심 자극하지 않는다면 누가 남의 관심사에 흥미 보이랴만.
보글보글 끓는 버섯전골을 끝으로 눈 호강만 시킨 채 대리만족 삼는다.
한참을 해찰 부리며 딴전피다 보니 에엥~이크! 탄내!!
냄비 바짝 태워먹었다.
하긴 군고구마라 더 맛있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