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달을 품는 토털 이클립스

2017

by 무량화

마침 미국에 거주하는 덕택에 흥미진진한 구경을 하게 생겼다.


'세기의 우주쇼' 관측.


그것도 99년 만에 찾아온 개기일식(皆旣日蝕· total solar eclipse)이란다.


솔라 이클립스 파티라 대서특필하며 뉴스마다 흥분된 어조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나란히 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다.


따라서 대낮에 태양이 한동안 사라져 세상이 온통 까매져버린다고 한다.


해가 달을 품는 개기일식 천체 쇼가 무려 2분 40초 간이나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 대륙 지상에서 개기일식 관측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천문학계에서는 이번 여름, 미 대륙의 60%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개기일식이 연출하는 장관을 구경하고자 미 대륙에서 수천만 명이 동시간대에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중에 우리 역시 포함되었다.



LA에서 개기일식(Maximum Eclipse)이 관측되는 시각은 21일 오전 10시 21분으로 나와 있다.


빅 이벤트에 기대를 잔뜩 걸고 오전 10시 20분 개기일식 시각에 맞춰 교정으로 쏟아져 나왔다.

짙은 색 셀로판지로 만든 특수 안경은 애진작에 품절된 상태.

몇 안 되는 특수 태양안경이라 학생들은 잠깐씩 돌려가며 해를 쳐다봤다.

빛 부시게 이글거리는 둥근 태양이 안경을 끼고 보니 일식 진행 중이라 마치 붉은 상현달처럼 보였다.

모양은 초승달이고 색상은 위 사진하고 거의 흡사한 상태였다.

해가 달을 품는다기보다 해가 차츰 달에 먹혀들어가는 것 같은 형태, 즉 반대였다.

허나 일식으로 생기는 특이 현상, 타주에서는 어둠이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전혀 어둠이 덮치지 않았다.

오래전 한국에서 셀로판지로 부분일식을 관찰한 적이 있다.


태양이 떠있는 광안리 쪽을 주시하며 일식현상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새카매졌다.

밤처럼 천지가 느닷없이 깜깜해지니 놀라서 그만 베란다 벽에 찰싹 기댔다.

그땐 해의 변모도 변모지만 온누리가 잠시 흑암에 싸여 그게 더 충격적이었다.

이번엔 이름이 개기일식이건만 조금치도 어두워지기는커녕 날씨만 쨍쨍 하늘 환했다.

에게게~ 이게 개기일식이야? 대실망!!!

소문난 잔치 먹잘 게 없다더니 딱 그 짝이다.



천문현상에 대해 기록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보면
일식에 관한 기록이 예순일곱 군데나 나온다고 한다.

특히 첨성대가 있던 신라에서는 위덕왕, 원성왕, 진평왕 때 일식이 관찰되었다.

조선조 세종 4년에 일어난 일식 때는 문무백관들이 소복을 입고 북을 울렸다는 기록이 있다.

왕을 상징하는 태양이 가려지는 것은 불길한 흉조였기 때문에 하늘에 제를 지낸 것.

오래전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달(여성)이 해(남성)를 잠시 압도하는 개기일식 동안 사건이 벌어진다.

가정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여성이 남성을 제압, 우물에 밀쳐버린 일면 끔찍한 설정이다.

해가 달에 가려지면서 온 세상이 어둠에 잠긴 개기일식이 있던 날.

평생 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무서운 복수로 폭발된다.


딸을 위한 정의를 실현하는 엄마 역에 케시 베이츠의 열연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어딘가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일식이나, 길조로 받아들이는 문화권도 다수다.

이 시대 천문학자인 휴즈 로스는
"신이 인간에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그 아름다움의 하나가 개기일식이란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던가.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

이는 미국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완전히 관통하는 이번 일식에 붙여진 이름이다.



NASA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21일 오전 9시 5분 오리건주 링컨 해변에서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오리건 링컨 근처에 사는 친구 낸시 말에 의하면
그곳은 이미 일 년 전 호텔 예약이 끝났고 렌터카도 동나버렸다 하였다.

어제부터 작은 마을은 난리 난 듯, 각처에서 찾아든 십만여 명이 운집해 바글거린다고.

거의 1세기 만에 만나는 특별한 우주쇼라니 세계적 이슈가 된 개기일식.

오리건에 이어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등 14개 주를 횡단해 오전 11시 46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막을 내린다는 개기일식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난 1918년 6월 8일 이래 처음이며
개기일식이 진행되면 한낮임에도 어두워지고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고도 하였다.


NASA는 개기일식 관측을 하려면 ‘태양안경’ 착용이나 짙은 색 셀로판지 이용은 필수라고 했다.

특수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망원경과 카메라도 금물,

선글라스를 끼고 태양을 바로 보면 아주 위험하다 경고한다.

그러나 전체 일식 현상이 진행 중인 시각인데
특수 안경 없으니 손부채 만들어 하늘을 쳐다봤으나 아무것도 이상할 거 없는 평범한 대낮.

기대했던 진경을 못 봐 김 새 버렸으며 완전 매스컴의 호들갑에 놀아난 기분마저 들었다.

천체/기상학자들이나 중요한 현상일 따름인지, 뭐야? 싶을 정도로 싱겁던 개기일식.

소문만 요란했지 막상 일식이 시작됐지만 영 별 볼일 없이 끝나버렸다.


떠들썩 요란법석 떨더니 알맹이 없는 순 쭉정이로 막을 내린 개기일식.

오리건에 사는 친구의 목격담에 따르면 밤처럼 아주 캄캄해지지는 않았고, 잠시 요상스레 특이한 회색으로 변했다가 차츰차츰 밝아지더라고.



Monday, August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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