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2018

by 무량화


뒤란 바깥 경계에 커다란 느릅나무 하나가 기우뚱 서있답니다.

땡볕에 나앉은 쓰레기통들 푸른 그늘도 만들어주고,

울타리 구석진 자리를 덜 삭막하게 해주는 착한 나무이긴 하지요.

여름내 무성히 가지를 벌어 차가 드나들려면 걸리적거리기에 아래로 쳐진 부분을

전지해 줘야겠다 하면서도 100도 넘는 폭염에 엄두를 못 냈는데요.

입추 지나며 더위가 조금 수굿해졌기에 아침 일찍부터 연장을 챙겨 들고 이발에 들어갔지요.

가드너에게 맡기기에도 어중간하니 애매한 일감이라 직접 해보기로 작정했지요.

높직이 뻗은 줄기를 톱으로 절단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팔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더군요.

그래도 나뭇그늘이라 시원해서 일하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요.

처음부터 세월아~네월아~놀멍쉬멍하자 해서인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마쳤네요.

이참에 시원한 맥주도 그 진가를 최대한 발휘했구요.

땀 흘린 만큼 수분 보충해 주려, 캔맥주를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고는 오며 가며 마셨네요.

잘린 가지를 뒷마당에 척척 쌓아놓고 보니 제법 무더기가 큼지막하더군요.

그만큼 많이 쳐내서인지 작업하기 전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무가 눈에 띄게 단정해졌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식물도 이발을 말끔하게 시켜놓으니

한 인물 새로이 참하게 나지 뭡니까.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 더만 어거지로 고집부려 시작한 일,

땀은 줄줄 흘렸지만 뒤꼍이 훤해진 걸 보니 흐뭇하더라구요.

단발머리로 가지런하게 정돈돼 보기도 좋은 것이

모처럼 땀 흘린 보람 느끼며 뿌듯한 기분 들었지요.

물론, 덥수룩한 줄거리들 말끔히 가지치기해 주니 나무도 고마워하는 거 같았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더울 때 머리라도 짧게 다듬어주고 나면 날아갈 듯 가뿐해지며 시원해지는 느낌.

느릅나무 역시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산뜻한 기분이지 싶더라니까요.

애쓴 보람이 있어 뒤란이 깔끔스레 정리도 된 데다 깡똥하게 단발을 한 나무는요.

앞태를 봐도 뒷태를 봐도 새 인물이 났답니다.

무슨 일이거나 기꺼운 결과가 이리 확연히 드러난다면 수고와 공력도 즐거이 바칠만할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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