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결혼식을 마친 이튿날 아침.
동광동으로 내려와 해장국으로 간단히 속을 풀었다.
혼주노릇하느라 피곤할 터라 늦게까지 푹 쉬라고 했으나 숙소에서 쳌아웃 하는 시간에 맞춰 아들이 왔다.
콜택시를 부르면 편리한데 굳이 포터를 자청했다.
우리는 해운대 쪽으로 향했다.
전에 철마에서 먹은 살치살과 치마살 한우 구이가 무척 연하고 부드러워 맛있어했더니, 다시 그 집에 가서 점심을 하자고 했다.
산골짜기 길 한참 달려 멀리까지 가자, 딸은 이런 불편한 데도 손님이 찾아오는 게 신기하단다.
전에는 부산에서 밀양으로도 소고기 맛집 찾아가는 데 철마는 그에 비하면 가까운 편.
맛집 탐방하며 불원천리 찾아 나서는 한국인들이야말로 먹는 데 진심인지 아니면 냄비근성인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거하게 점심식사 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가까운 아홉산숲으로 달렸다.
논 질펀히 펼쳐진 정겨운 농촌풍경 이어지다가 차가 멎은 곳은 아홉산숲 주차장.
몇 해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별로 인적 없던 곳인데 주차장이 만원이다.
휴일이긴 하지만 그새 꽤 소문이 난 듯 주변이 붐빈다.
입구로 들어서니 전과 달리 매표소가 생겼고 5천 원 입장료도 받는다.
천천히 걷고자 왔으므로 잡목 어우러진 언덕길 휘돌아 곧장 맹종죽 대숲길로 들어서 굿터라 불리는 영화촬영지에서 잠시 노닐었다.
군도, 대호, 협녀 등 무협영화를 본 바 없어 모르나 여기선 유쾌하게 점프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힘껏 점프를 해봤으나 찰나의 순간 포착에 성공하진 못했다.
괜스레 힘만 뺀 셈이지만 한참 파안대소하기는 했다.
하기사 한창 바쁜 활동기라 시간이 황금인 아들 딸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니 행복한 웃음이 나올 밖에.
더구나 미국과 한국으로 나뉘어 살고 있으므로 이런 기회야 몇 년에 한 번 누리는 스페셜 데이에 해당된다.
다음에 만난 귀물은 금강소나무,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목재라 알려진 적송 군락지다.
가족묘도 지나고 기우뚱 쓰러질 듯 낡은 서낭당도 스친다.
편백숲과 소나무 숲, 만평에 이른다는 대숲도 오르내린다.
워낙 대밭이 너르다 보니 지천인 대나무, 여기저기에 베어놓은 왕죽이 누렇게 퇴색한 채 삭아 가고 있었다.
전번에 왔을 적에 물어보니 한때 죽통밥이 인기를 끌 때는 물량이 딸렸다는데 이젠 남아돌다 못해 처치곤란이라고.
요즘 플라스틱이 환경공해로 지탄의 대상인데 바구니 같은 죽제품을 만들래도 인건비 대비 타산이 안 맞아서일까?
그러나 외국에 가며 국적기를 타보니 식사 시 나오는 스푼 포크 나이프가 대나무 가공품이라 아주 참신하게 다가왔었다.
이처럼 대나무 제품 개발에 적극 대처, 다변화 방안을 연구해 봤으면.
산주인 남평 문 씨 종택인 관미헌 청마루에 앉아 생각 굴려봤다는.
철마에서 돌아와 짐을 숙소에 밀어 넣고 동백섬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웨스턴 조선을 바라보며 해변을 느릿느릿 걸어와, 아이들 어릴 때 놀러 와서 물놀이도 하고 게도 잡던 인어상을 내려다보며 동백섬 둘레길을 산책했다.
저 건너로 보이는 엘시티 건물이 석양에 반사돼 약한 금빛 반영을 바다에 떨구고 있었다.
여전히 해변가에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잡느라 엎드려 있었고.
그러나 해지자 서늘해지는 기온이라 점차 비어 가는 모랫벌.
동백섬 서쪽에 닿자마자 광안대교 너머 황령산으로 태양이 숨어들고 있었다.
해가 꼴깍 지자 어깨 움추러드는 한기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따뜻한 실내가 바로 파라다이스였으니 여기가 곧 낙원이 아니랴.
그러고 보면 회사 이름 한번 센스 있게 참 잘 지었구나.
한국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설립자 전락원 씨,
호텔 그룹으로 부상하며 상장기업이 된 주식회사 파라다이스다.
옥외 자쿠지 시설이 잘 돼있어 택한 파라다이스이므로 따끈한 물속에 들어가 충분히 피로도 풀었다.
딸내미가 새로 사온 민트 블루빛 수영복이 볼수록 맘에 들어 이참에 수영장에 다닐까 싶기도.
투명하게 빛나는 오색 조명등이 몽롱해 보이자 물에서 나왔고 당연히 그 밤도 꿀잠은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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