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가을

장인 따라 신혼부부 산행기

by 무량화


지난 주말, 갓 결혼한 신혼 딸내미와 사위 앞세우고 아들이 지리산을 다녀온다고 했다.

친구들과 산행 후 곧잘 사진을 보내던 아들인데 이번엔 도시 감감무소식, 그 참에 손녀가 사진을 보내왔다.

따라서 여태껏 봐온 내 구닥다리 사진, 구태의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은층 사진이 아니라서 젊은 감각 충분히 느껴질 줄로.

손녀가 대방출한 사진들은 초상권 저작권 다 프리이니 맘대로 써도 좋다고 했다.

나비떼처럼 팔랑거리며 내리는 낙엽, 천둥치듯한 계류소리 담은 동영상도 쌈빡하고 사진 색조 역시 선명하다.

자다가 떡 얻어먹는다더니 이게 웬 횡재, 가만 앉아서 왕창 수지맞았다.

어쩐지 11월 운세 끝내주더라니!



스무 살 아들은 대입 시험을 치른 다음 합격자 발표를 듣고 나서 입학식 전까지 친구들과 눈 덮인 지리산을 종횡무진 누볐다.

축제기간 중에는 혼자 지리산 종주 산행을 다녀왔다.

지금도 즐기는 취미를 들라하면 골프보다는 등산이 먼저인 아들이다.

주말이면 선후배 팀원들과 백팩을 짊어지고 전국 명산을 찾아다니는 산행 마니아인 아들.

다만 결혼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며느리가 뒷동산조차 걷기를 마다하는 체질인지라 가족과 어울려 산행을 다니진 못했다.

따라서 산과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딸, 새로운 가족이 된 사위와 이번엔 동행키로 했기에 힘들지 않은 깃대봉 산행을 계획했으며 자연휴양림 데크를 예약해 뒀다고 들었다.

그렇다 보니 손녀도 산행은 처음이지 싶으나 신랑이 엎고라도 가겠노라 했는지 흔쾌히 따라나서긴 하였고.

암튼 듬직스러운 사위와 함께 데크에 텐트를 설치하는 아들 모습이 볼수록 흐뭇하기만 했다.

든든한 아들 하나 더 두게 됐으므로 장인 자리에 등극한 아드님 기분도 내심 퍽 뿌듯하였으리라.

사진을 보니 때마침 지리산 단풍은 절정기, 만산홍엽 눈부시게 찬연하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야영을 하며 모닥불에 구워 먹는 저 재미진 꼬치구이들~~~

그기 뭐꼬? 디게 신기방기하네~~

흐미, 소시지나 머시멜로, 고구마 옥수수나 구워봤을 뿐인데 별게 다 있다카이.

담번엔 저 신바람나는 자리에 나도 댈꼬가그레이.

아예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캠핑 오던지! 알았제!!!

야들아! 공개선언했으므로 알아서 기그레이!

만방에 광고 짜하게 해놨으니 우짤끼고~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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