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에 때아닌 철쭉

by 무량화


2025년엔 올레길을 종달리에서부터 순서대로 걸어볼 생각이었다.

서귀포시청 서포터스를 다시 하면서 활동계획으로 삼으려 했으나 올레길 두 번 걷다가 중도에 그만뒀다.


전과 달리 올해 운동 트렌드는 러닝, 달리기 열풍이 불면서 러닝 인구 천만 시대가 되었다.


30대가 주축인 서포터스, 젊은이들답게 거의가 달리기에 나서서 몸에 착 달라붙는 러닝복을 입고 한결같이 러너로 나섰다.


그들의 다부진 어깨와 단단한 건각을 보자 그만 기가 팍 질려버렸다.


이젠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자진해서 점잖게 물러났다.


걷기는 자신 있지만 달리기는 아무래도 버거웠다.


뜀박질은 못해도 아직까지 자신 있는 걷기다.


그래서 목표 삼은 게 오름, 집중적으로 오름을 올라야겠다고 작정했다.


제주도엔 오름이 368개나 된다니 아무튼, 하루 하나둘씩 섭렵해 나가기로 하고 오름나그네가 되었다.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오름은 억새 명소로 알려졌다.

초겨울 바람 따라 나부끼는 억새 군무에 취한 사람들은 따라비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고도 불렀다.

오름 초입부터 넓은 평원을 뒤덮은 억새 군락이 장관 이룬 그 사이로 아늑한 오솔길이 열려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니 하얗게 나붓댈 억새 군락지는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듯 깡그리 밀어버려 도반은 퍽 아쉬워하며 서운해했다.

코로나 정국일 때 낙동강 을숙도 핑크뮬리도 갈대도 인파가 하도 몰려들어 어쩔 수 없이 죄다 베어버리고 말았더랬다.

시당국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겁내 봄철 흐드러진 유채꽃이며 가을 해바라기 밭도 단발령 내려 갈아엎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억새 군락지 여긴 어쩐 일로?


드넓은 평원에 부드러운 산세라 군락 이룬 억새가 장관인 따라비오름.


바람 따라 흐드러진 하얀 억새풀 휘덮인 말굽형 따라비오름이 아닌가.


대부분의 오름은 하나의 분화구를 갖는데 반해 여기는 움푹 꺼진 세 개의 굼부리가 이웃해 있으며 크고 작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오솔길 지나 언덕 하나를 넘으니 비정형의 봉우리가 여기저기, 오르막길 또한 여러 군데로 나있었다.


어느 곳은 약간 가파르나 어디는 가벼이 오를 수 있는 언덕 정도라 좌우지간 맘 내키는 대로 걷기 안성맞춤인 따라비오름.


제주의 옛 목축지 흔적을 따라 이어진 가시리 갑마장길, 조정에 진상하던 일등품 말을 키워내던 목장길도 손짓해 댔다.


갑마장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낮은 봉우리부터 차례로 섭렵해 들어갔다.


민둥산이 된 아랫녘과 달리 곳곳에 억새 무리 섭섭지 않게 휘덮여있었으며 철쭉 계절 잊고 만개해 있었다.


분화구 사잇길 횡단하노라면 둥글게 팬 굼부리 안에는 은빛 파도 출렁대는 군락 이뤄 억새 수북했다.


트레킹이라기보다 산책하듯 한 시간 남짓 언덕길 소요하다 보면 따라비오름 전체를 아우를 수가 있을 정도인 수월한 코스.


봉우리에 닿아도 오르내릴 필요 없이 매끄러운 곡선으로 연결, 완만하게 이어진 능선 따라 가장 높은 정상에 올랐다.


남쪽을 바라보면 표선 앞바다와 멀리 우도가 보이고 북쪽으로 시선 주면 한라산이 구름 무더기 거느리고 오연스럽다.


오름 사이 녹지에 풍력 단지 바람개비 몇몇 개 가시처럼 도드라진 거 제외하면 온데 오름이다.


일대가 오름으로 겹겹 둘러싸여 있어서 오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가히 오름의 왕국이라 할만한 지형이다.


주변 둘러싸듯 한라산 아래 자그마한 새끼오름 못지오름 큰사슴이오름 족은사슴이오롬이 옹기종기 모였다.


남쪽에는 설오름 번널오름 병곶오름이 있으며 남쪽 비탈에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청청하게 담장처럼 자라고 있다


안내판 사진에는 좌보미오름 동거미오름 백악이오름 민오름 비치미오름 새끼오름 거문오름 부소오름이란 이름도 쓰여있다.



성산, 송악산, 영주산, 산방산, 단산은 ‘산’ 자가 붙는데 나머지 얘네들에겐 왜 오름이라 할까.


챗지피티에 따르면 특별히 신령스러운 장소로 여겼던 곳은 산이라 부른다고.​


유독 어떤 오름에는 산담이 흔해서 조상 모셔둔 묘가 많은데 신성한 장소에 불경스레 묘를?


따라서 368 곳이나 되는 오름들을 재정의 한다면?


실제 오름 몇 곳 다녀보니 각양각색 저마다 특색을 지녔다.


봉긋하고 완만한 육산도 있는 반면 자일을 타야 할 만큼 바위 거친 악산도 있다.


산이나 봉(峯)을 뜻한다는 오름은 기생화산이다.


한라산 산록부에서 용암이 소규모로 분출하면서 야트막한 측화산 즉 오름이 형성되었다고 들었다.


수백만 년 전, 돌연 바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 솟구친 뒤에 남겨진 분화구.


한라산 분화구가 분출을 끝낸 뒤 화산 기저에 남아있던 마그마가 약한 지반을 뚫고 나와 주변에 2차 분출되며 생성된 게 오름이란 얘기다.


헌데 이날 어느 단체의 오름 안내자 설명이 언뜻 들렸다.


한라산보다 오름이 먼저 생겼다 해서 의아했지만 재차 확인은 못해봤다.


패키지여행을 하다 보면 가이드가 따르는데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얼치기를 만날 경우도 있다.


이처럼 헷갈려 아리송한 점은 돌아서서 AI에게 질의해 확실히 알아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