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유천지 노닐며

2015

by 무량화


뉴저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주말 여기는 계속 비가 왔다고 하자 거긴 며칠 눈이 내렸다고 한다.

눈이 두텁게 쌓이면 포근하니 그다지 춥지 않은데
외려 날씨가 쌩하게 어찌나 추운지 에일듯한 칼바람이 분다며 연신 콜록거린다.

이틀 내리 보슬비를 맞고는 우리 텃밭 상추랑 배추랑 움쑥 들 자랐어.

얘네들 비가 내리자 너무도 좋은지 단체로 산들거리며 춤을 추는 거 같더라니까.

진짜 별유천지에 사네, 부러버라.


하얀 설경 속에서 친구는 거푸 콜록댄다.


뉴저지의 이월은 늘 그랬다. 눈 깊었고 고드름 한 줄로 길게 세워놨었다.


별유천지라,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수묵담채화 같은 풍치를 앞에 두고 신선놀음 즐긴다는 뜻만이 아니라 딴 세상에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가을 씨앗을 종류별로 꼼꼼스레 포장해 부쳐준 그녀는 경상도 통영산에 국어교사 출신이다.

나이 들수록 점점 뼈골 시렵고 추버서, 인자 여기서 몬살겠데이~.

은퇴하고 캘리로 오면 이웃 생겨 나야 넘넘 좋지~.

카톡으로 상추 사진을 보내주고 싶어도 감기 들어 둥둥 싸매고 사는 사람 약 올리는 거 같아 그만두었다.



뒤란 텃밭이다.

뉴저지에서 잔디를 파내고 한 귀퉁이에다 자그마하니 만들었던 밭과 달리 여기서는 뒤란 너른 빈터를 황무지 개간하다시피 뒤엎고는 시비도 넉넉히 넣었다.


캘리로 이사 오니 에이커로 딸려오는 땅 한번 넓어서 좋은 게 무슨 씨앗이든 얼마든지 심을 수 있어서다.


허나 욕심부릴 일이 따로 있지, 자꾸 삽질하다 보니 이건 숫제 농장 수준 밭자리다.

잡초조차 불볕더위를 견뎌내지 못하던 메마른 땅.

지난봄 씨앗을 심어봤으나 조석으로 물을 줘도 순들은 움트자마자 비실거리며 타들어가고 말았다.

여름내 깻잎이랑 고추랑 호박이랑 손수 가꾼 유기농 먹거리를 즐길 수 있으리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보리나 마늘은 가을에 심는다는 소리 들어봤으나 채소 씨앗을 가을에 심는다는 건 금시초문,

하지만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파종시기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앎과 동시에 직접 체감했다.

비닐하우스 농사라면 모를까 그 연한 이파리들이 어떻게 겨울을 난단 말인가?

아 글씨 여기선 해마다 그렇게 해두 아무시렁토 않았으니께 염려 마시라니께요.

군산댁인 교우 하나가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마음 푹 놓으라고 안심시킨다.

그래도 은근 신경이 쓰여 조마조마하던 차 연말에는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벌써부터 먼 데 산이 흰 눈을 은관처럼 멋들어지게 쓰고 서있는 게 바라보이던 차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뒤뜰 잔디에 된서리가 보얗게 내렸고 수돗가 대야에 받아둔 물이 꽝꽝 얼어붙었다.

연한 싹들 모두 꼼짝없이 데친 듯 얼어버렸겠구나 싶어 얼른 텃밭으로 쫓아나갔다.

세상에나, 고 어린것들은 하얗게 서리를 덮어쓴 채로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꼿꼿하니 태연했다.

시금치, 갓은 물론이고 배추도 열무도 상추도 죄다 씩씩한데 다만 늦잠에서 깨어났던 호박 새순만은 얼어서 포그르르 주저앉았다.

신기하다, 여리디 여린 어린순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영하의 냉혹한 조건을 어찌 참아내고 견뎌냈을꼬.

지금도 그들 모두를 견디게 한 힘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모르겠다.

자체 에너지? 땅의 온기? 자연의 신비다.

만일 사람을 그 밤에 한 데서 그것도 입성 허술한 채 놔둔다면 동사하고 말 터.

큰 나무 같으면 그러려니 하지만 연약한 식물이 강하기도 하지, 아니 장하게 독하기도 하지.

연말의 어느 날 구름장이 험한 얼굴로 하늘을 장악하더니 그 밤 눈 폭풍이 온다고 일기예보는 전했다.

영하의 날씨에야 괜찮았다지만 눈이 쌓이게 되면 잎이 상할 테니 미리 대비를 해야 했다.

멍이 패드를 죄다 꺼내 시금치를 제외한 나머지 이랑마다 덮고 네 귀는 정원의 돌을 골라서 누질러 놨다.

밤새 풍경소리 요란스럴만큼 바람이 거세게 불어댔지만 눈은 내리지 않았다.

이튿날 일어나 보니 시커멓던 먹구름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신기할 정도로 하늘은 말짱 개여있었다.

그렇다고 전날 오후 두어 시간 축내며 작업을 한 덮개를 단번에 걷어내 버리기엔 들인 품이 아까웠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덮은 비닐을 그대로 두었는데 뜻밖의 온실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낮의 태양열로 덮여진 온기에다 밤에는 地氣에 의한 습도까지 품어 땅은 적당히 촉촉했으니 최적의 생존 조건 아래 상추 배추는 담쑥 자라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비닐을 덮어둘 수야 없는 일, 다 정리해 주고 나니 마침 봄비 같은 비가 연이틀 내려주고...

목하 텃밭은 싱싱한 채소로 푸르르고 바라보는 마음은 저으기 행복하기까지 하다.



위 사진은 잎 가장가지에 서리꽃 피어난 어린 배추고
아래 사진은 텃밭 가 담벼락에 바짝 붙은 유선화나무 그늘의 캘리포니아 파피 싹들이다.

지난해 봄을 지나 여름 내내, 반기는 이 없어도 서너 포기 파피가 주황색 꽃을 줄곧 피워대더니 홀로
씨앗을 떨구어 저희끼리 이리 많은 자손을 번성시켜 놓았다.​

그러나 너무 한자리에 덤불 져 돋아났으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분가를 시켜야 할 텐데, 원래 양귀비 씨앗은 파종을 한 다음 모종을 옮기는 등 손을 타면 살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같은 파피 종류이니 이 또한 한번 난 자리에서 터를 바꾸면 안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주저하면서 일단 화훼전문가에게 문의해 볼 참이다.




토마토*향기(BusinessCoach) 98.xx.xx.31 | 01/13/20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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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년입니다

풍년가를 준비할까요 촌장님

상추쌈부터 먹을까요

축하드립니다 !!


촌장(kubell) 104.xx.xx.13 | 01/13/2015 11:28 | 추천(1)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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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준비~

어서 오시라요, 향기님

과연 신기신기하더라구요

정말이지 바라볼적마다 감탄한답니다 ㅎ

한겨울에 파아란 텃밭의 채소들...*^^*


천국시민(korea3927) 104.xx.xx.0 | 01/13/20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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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아주 싱싱한 채소들보니 군침이 너무 돕니다.

이거 택배로 좀 보내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

한국 시골 어릴적 텃밭 생각이 간절합니다.

상추, 풋배추 열무, 쑥갓, 우엉, 아욱, 근대, 호박 등등

100% 자연산 이런거 먹으면서 살아야

온 몸이 생기가 만땅인데

맨날 마켓에서 사 먹으니 몸이 슬슬 망가져요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촌장(kubell) 104.xx.xx.13 | 01/13/2015 12:00 | 추천(1)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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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만땅, 맞습니다

자랑질이 아니라 푸른 생명의 기운을 나누고 싶어 사진을 올린거구요

요즘 우리 모두에게 신을 지펴주시느라 들로 산으로 불철주야 수고가 많으신데

후사를 아니하셔도 보내드리고픈 맘 굴뚝같습니다만
지나시는 길에 들리시던지요


솎아도 솎아도 여전 넉넉하니 이웃이라면 상시 나눠먹을건데...


댓글에 추천의 선물까지...가장 부러운 시민이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늘의 생각(stephenoh14) 108.xx.xx.28 | 01/13/20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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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넓은 밭을! 근사합니다.

가꾸기에도 수확하기에도 부지런해야 하니

움직여서 건강에 좋고, 먹어서도 건강에 좋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우리집 텃밭 토마토/고추는 다 얼어죽었고

상추/파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ㅎㅎㅎ


촌장(kubell) 104.xx.xx.13 | 01/13/2015 12:36 | 추천(1)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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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일석삼조랍니다

ㅎ고것도 농사라고 계속 움직거리게 하더라구요

어제는 풀을 매주었지요, 거름기가 있어서인지 풀들도 쑥쑥 신이 나서 자라거든요

등으로 내리는 따땃한 겨울볕에 기분 좋았구요

연구,분석하는 오생님 농사법은 에렵고요 이웃에서 알려준대로 쉽게 그냥..ㅋ

고춧대는 원래 첫서리에 포그르르 주저앉지요,

싱싱하던 상추랑 파랑 안부 전해주시니 반갑습니다 ^^


Summer(underthesun) 23.xx.xx.56 | 01/13/20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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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님, 저 토요일에 말고 내일 갈라요.

그리고, 파피는 움직이면 안되어요.

놔두시라요.

물 많이 주시고요.

물에 희석되어 양귀비노릇을 덜 한다합니다.

답은 빨리 적어주세요.

이곳이던지 우리집이던지요.

화훼전문가는 아니지만, 캐나다에 살때 앞마당에 파피꽃 널린 집의 주인하고 친했는데요.

옮기면 안된대요.

수정일시 01/13/2015 17:41


촌장(kubell) 104.xx.xx.13 | 01/13/2015 19:46 | 추천(0)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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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이미 오후에 분가를 시켰다요


승질 급한 거 섬머님 잘 알잖수~

마침표 찍은 다음에 섬머님 조언을 접수~ㅎ

어차피 모판의 벼처럼 총총해서

그대로 놔둬도 한 둘만 제대로 성공할테니 일단 한번 두고 보기로...

다행히 살아주면 고맙고 아니면 말고...

파피꽃 필적에 구경 오기요 ^^*


질그릇(oldstory) 96.xx.xx.109 | 01/13/20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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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진짜, 별유천지네요...^^

허기사... 요즘 비가 몇 번 왔다고, 작년에 상추 지고 난 자리에서 싹이 올라오긴 하더라구요.

날씨가 더 따듯해지면, 저도 텃밭 좀 가꿔 볼려고 벼르고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ㅎ

밭이 넓어서, 완전 농사꾼 수준 일인데요?

부럽습니다... 유기농으로 자급자족 하실수 있다는것이요...


촌장(kubell) 104.xx.xx.13 | 01/13/2015 20:55 | 추천(0)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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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채소 싹이 트는 걸 보자, 하도 신통해 조금씩 밭을 더 늘리다보니 대농이 됐네요 ㅎㅎ

엊그제 밭을 본 딸내미는 괜히 일욕심 자꾸 부리지 말라데요 ㅎ

질그릇님은 퀼트만으로도 시간이 빡빡할거구요

언제든 친구만나러 내려오는 길에 유기농 채소 생각나시면 들리세요

배춧국이든 시금치국이든 된장 슴슴하게 풀어 한솥단지 끓일게요 ^^*


달재아재(septmeber) 50.xx.xx.88 | 01/14/201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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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세상살이처럼 뚜렷한 사계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여름맛을 실감 못하고 별유천지 희망을 착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터,ㅋㅋ

대체 촌장님은 못하시는건 뭡니껴? 따져 봅시다. 농사일이면 농사일, 글이면 글,


그기다가, 두둥 ~ 팔뚝도 굵으시고,


못하는게 없다굽쇼, 꽝!!! 잘못했습니다. ㅎㅎㅎ


촌장(kubell) 104.xx.xx.13 | 01/15/2015 10:33 | 추천(0)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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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접수~~쾅!! 소리 한번 오집니데이ㅋㅋ

철따라 변하는 사계절도 좋지만예

무릎시린 나이되보이 무조건 따신데가 좋더마요

지난 여름 한 보름 정도 데쳐대는 혹서

세자릿수도 경험해봤는디 마~견딜만 합디더

두문불출~ 집안에 콕 박혀있으믄사 머이 겁납니껴?

몬하는 것 읇으려면 삼박사일~

기계치에 음치에 몸치에 눈치코치 둔치에다 44년 고락을 같이한 짝지헌티는 뭐든 몬하니...ㅠ


은향(ngqueen) 74.xx.xx.71 | 01/15/201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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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신 촌장님!

이사 오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저렇게 텃밭농사를 실하게 지으셨습니까?

촌장님 사랑이 이랑마다 넘쳐나니 수확도 풍성할밖에요.

별유천지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감칠맛 나는 글에 파릇한 채소에 왜 자꾸 입에 침이 고이는지...ㅎ

멋지게 사십니다. 촌장님!


촌장(kubell) 104.xx.xx.13 | 01/15/2015 21:00 | 추천(0)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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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에다가 멋재이신 은향님, 사돈 남말하시는겨~~ㅎㅎ

한겨울 파릇한 채소가 하도 신기해서 자랑질 좀 했음다요

안그래도 초대를 할까했더니 월요일 출사 예정이신듯....

언제든 환영입니다, 시골밥상 차리는 거야 손쉬운 일잉께~ㅎ

저는 보다시피 아다시피 아주아주 촌스럽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슬(qtip54) 71.xx.xx.11 | 01/16/20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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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쯤 다 나눠주고 텅 비어있겠다요


촌장(kubell) 104.xx.xx.13 | 01/16/2015 18:57 | 추천(0) |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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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아직 마이 건재합니데이


월요일도 있는데 다 나눠주고나면 우야라꼬~~ㅎㅎ


가까우면 벌써 드렸을낀데 아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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