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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30. 2024

눈이 보배

눈이 보배요 아는 만큼 보인다지요.

이럴 땐 태생이 촌사람인 걸 은근 뻐기고 싶어 진다니까요.

어린 생질 무등 태워 봄이면 오디를 따주고

가을 숲 으름덩굴에서 으름을 따주시던 외삼촌.

'귀한 거니 얼른 먹어~'하면서

입에 넣어준 으름 열매를 어릴 때 몇 번 맛봤었지요.

방앗간을 운영하던 외삼촌 네는 늦도록 후사가 없었는데


외숙모가 엄마한테 어지간히 졸랐다지요.

그러나 딸만 둘 뿐인 엄마라 오라버니 댁에 절 아주 보낼 수는 없었답니다.

집에서 학교 다니면서도 그 대신 저는

토요일 수업만 파하면 외갓집으로 달려갔지요.

당시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인 외가라 삼십 리 되는 길 힘든 줄 모르고

어린 꼬맹이가 언니들 따라 걸어 다녀서 지금도 걷기라면 자신이 있는 건가 봐요.

그렇게 타박타박 산길 들길 걸어가며 외가 언니들이 알려준 덕에 자연학습은 제대로 한 셈이지요.

 어떤 논배미에 우렁이 사는지, 어느 계곡에 가재가 숨었는지도 그때 익혔구요.

야산 언덕배기 뽀루수 열매, 성황당 모퉁이의 망개 열매가 언제 익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지요.  

마을 동구에 선 팽나무 야문 열매는
고무총 탄창으로 쓰이고


소나무 송진은 풋보리랑 씹어서 껌을 만든다는 것도요.

며칠 전 뒷동산 언덕을 지나는데 달큼하면서도 화하게 풍기는 향에 이끌려 둘러보았더니요.

오, 아득히 먼 기억 속 그래도 낯설지 않은 으름꽃이 피었더라구요.


자랑삼아 으름꽃 사진을 아들한테 카톡으로 보내줬더니 내심 눈여겨봤던가봐요.

엊그제 남도 오봉산으로 산행 가서 그 꽃을 만났다며 맨 꼭대기 저 사진을 전송했더군요.



동행했던 사진 하는 친구가 찍었다면서요. 

이파리도 참하지만 덩굴성 식물이라 촌에서 일용품인 바구니 짜는데 쓰이기도 하는 으름덩굴인데요.

사진 속 으름덩굴 휘늘어진 곡선은 보다시피 인위적으로 연출해 낼 수 없는 순수 자연미의 극치가 아닐런지요.


향이 좋아 옛사람들이 향낭에 꽃을 넣어가지고 다녔다는데 열매는 머리를 맑게 한대서 예지자라고 한답니다.   

산언덕에서 만수산 드렁칡처럼 뒤엉켜진 으름덩굴을 보며, 하여가와 단심가로 생각이 무궁 이어졌네요.




세상에나, 정말이지 이 마을엔 별의별 게 다 있더라구요.

먼 데까지 안 가더라도 동네 구석구석 쏘다니다 보니


보리수 꽃이랑 붓창포꽃이며 상사화 어디서 언제 필지 알고 있게 됐지요.

자귀나무 꽃도 이파리 나오는 거 보고 이미 다, 위치 눈여겨 뒀구요.


하얀 꽃만으로 산딸기인 줄 알아보는 촌사람 또다시 환호했지요.


힘을 솟게 한다는 복분자 열매로 알려진 산딸기나무가 숲에 덤불을 이뤘던데요


해서 순번대로 철철이 찾아 거리들 찜해놓았네요.

산딸기 꽃이 피었다 지고 난 꽃자리에 붉고 탐스러운 산딸기 풍성하게 열릴테구요.


으름꽃 지고 난 얼마뒤, 눈앞에 대롱거리며 매달린 으름은요.


벼랑길이라 열매 벌어져도 절대 탐내진 않고 눈으로만 즐겨도 충분하지 싶어요.


이래저래 눈이 보배, 그네들을 첫눈에 단박 알아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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