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May 30. 2024

두꺼비가 된 올챙이

옳거니! 여름이 되면 구성진 개구리 소리 실컷 듣겠구먼... 내심 기대가 컸다.


부산에서 지내던 그해 사월, 온천천변 연못에서 올챙이 떼를 만났다.

여름내 와글거리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던 기대는 그러나 무산됐다.

연못 안의 올챙이가 개구리 아닌 두꺼비로 변했다는 뉴스를 이미 접했기 때문.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저물녘에 온천천변으로 나왔다.

한 삼십 분쯤 걷다가 징검다리 건너면 동래구를 벗어나 연제구역 내의 작은 연못에 이르게 된다.


물가에서 꼬물거리는 올챙이를 떼거리로  만났던 연못이다.

해 질 무렵의 어슴푸레하던 이내빛 푸른 기 가시고 어둠이 후딱 덮쳤다.

사방이 어두워지기 전 벌써 가로등과 조경등 색색이 떠오르고 아파트 불 밝히면 멀리 금정산 이마 수굿하다.

수련 잎 띄운 연못은 어느새 진남색으로 잠들어 있다.

잠잠하니 고요하기 그지없는 수면, 하마나 하며 기다렸던 개구리 소리는 전혀 시혜를 베풀지 않았다.

왜 올챙이는 개구리만 된다고 여겼을까.

두꺼비도 되고 '열무김치 담을 때면~~' 맹꽁이 타령 가요가 있다시피 맹꽁이도 될 텐데.

암튼 전에 본 올챙이는 몸 전체가 짙은 검은색이더니 모두 다 두꺼비 올챙이였던가 보다.

두꺼비 올챙이였다면 행여 더러 개구리 알은 없었을까,


두꺼비들 꾸국거리는 단음이라도 들려준다면 기쁘련만.



두꺼비는 양서류이나 번식기 외에는 물에 잘 들어가지 않고 장기간 육지에서 산다.

그러니 얕은 물가에 알을 낳는 타고난 습성대로 올챙이 시절만은 연못에서 지내게 된다.

꼬리 살랑살랑 흔들며 헤엄치던 올챙이가 뒷다리만 나오면 미처 꼬리가 퇴화하기 전이라도 물에서 벗어난다.

갓 부화한 바다거북이 한사코 바다로 내닫는 본능처럼 아기 두꺼비도 산야로 나가려는데 도시에서야 장애물이 오죽 숱한가.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는 게 아니라 엉금엉금 기어가다 필요한 경우에만 어설프게 뛰는 두꺼비.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통이 훨씬 크고 땅에서 사는 두꺼비라 보호색인지 몸체는 흑갈색이다.

연못을 떠난 얘네들이 천변의 산책로나 자전거길은 어찌어찌 피한다 해도 산야까지 진출하려면 엄청나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린다.

고 조그만 몸으로 넓디 너른 6차선 자동차길과 골목길 수십 개 통과해 안전하게 흙이 있는 산야에 도달할 수가 있을까.

두꺼비는 물가와 육지를 오가며 파리나 모기 외에 왕사마귀 장수땅벌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로 사람에겐 이로운 생물이다.

서식지 개발로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멸종 위기 ‘관심 대상(LC)’으로 분류되는 두꺼비.

하여 생태계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지표의 바로메타이기도 하다고.

그들의 이동을 인위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도심에서는 그들의 생존이 아예 불가능할 상황인데 아마도 환경단체에서 돕겠지.



https://youtu.be/2loMlIbr9GA?si=2xxLcbp5QwIHdTeK



어릴 때 깨끗한 모래만 보면 왼손을 펴 모래에 묻고 손등에 모래 쌓아 다독거리며 두꺼비 집을 만들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다정하게 불렀던 두꺼비.

우리네 민담이나 우화에 자주 등장하지만 그러나 실제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해 본 적이 없는 두꺼비다.

등이 울퉁불퉁하고 피부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듯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나 웬일인지 우직한 캐릭터인 두꺼비.

사실 두꺼비는 비 온 뒤 어쩌다 나타나니 자주 볼 수도 없거니와 아무래도 보기에 우툴두툴 흉하게 생겨 두렵기도 한 때문이리라.

두꺼비는 겨우 서너 차례나 만나보았을까, 그것도 아주 잠깐 스쳐 지났으니 제대로 관찰해 본 적도 없다.  

따라서 두꺼비 생태에 대해서도 깜깜했고 오직 소설을 통해 그 존재가 실감 나게 각인돼 있는 정도다.

김동리의 <무녀도>에 나오는 무당 모화네 집 풍경이다.

"묵은 기와집 지붕에 기와버섯이 퍼렇게 뻗어 올랐고 군데군데 헐린 돌담 안의 너른 마당에는.... 뱀같이 긴 지렁이와 두꺼비같이 늙은 개구리들이 구물거리는..."

질펀한 서사가 하도 눅눅하고 음침해 두꺼비,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무녀도다.

이참에 무녀도로 기억회로에 저장된 두꺼비가 온천천 귀여운 아기 두꺼비로 대체되었으면 싶다.

왜 예전엔 기다리던 아들을 낳으면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고 했을까.

복스러운 외양으로야 두꺼비 외에도 얼마든지 있건만 그 의미가 뭔지 영 가늠이 안 된다.

금두꺼비는 복을 가져다주는 신비스런 존재로 실제 순금 두꺼비를 뇌물로 바치던 예도 있었다긴 하지만.

두꺼비는 수질과 육지 환경에 민감한 종으로 이들이 살 수 없다면 전체적으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아직은 살만한 동네 부산이라는 증표 같아 반갑고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눈이 보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