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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0. 2024

안데스 표정은 질박해서 슬프다

푸성귀나 옥수수 과일 같은 먹거리도 있지만 아침마다 싱싱한 꽃을 파는 사람들.

하느님인지 태양신인지 암튼 그들 신에게 바치는 공양물이 꽃이라 한다.

길거리 난전에 좌판 보자기를 펼치고 엉거주춤 앉거나 선 그들은 찬란했던 태양의 제국 잉카 후예들이다.

전혀 스페인 피가 섞이지 않아 순수 혈통 그대로인 인디오들.

정밀하고 단단한 고대 잉카 석축에 기대어 하루치 날품을 팔아야 하는 지금 원주민들 대부분은 그러나 가난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산다.

어른 아이할 거 없이 지지리 궁상, 입성은 누추하고 남루하다.

그러나 여인들은 한결같이 남자용 자처럼 생긴 볼러 햇(중산모)을 썼다.


중산모는 중절모와 비슷한 모양이나 크라운 부분이 움푹 들어갔으면 중절모, 산언덕처럼 둥글게 올라온 모자는 중산모다.


그녀들은 울긋불긋 화려한 전통모자 내팽개치고 생뚱맞게 차림새와 어울리지도 않는 서구 패션인 신사모를 쓰기 시작했을까?


토착민들은 거개가 출시 화려한 색상의 부품한 치마를 입고 담요 같은 판초를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숱 많은 새카만 머리 위에는 볼러 햇을 얹어야 치레가 완성됐다고 여긴다는 그들.


그래서인지 장터 난전의  아낙조차도 머리에는 중산모를 얹었다.

남자들 모자가 처음 볼리비아에 건너온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중남미 여성들의 머리에 정착, 확실한 아이콘이 됐다.

머리에 모자를 똑바로 썼다면 기혼녀, 비스듬하게 쓰면 독신을 나타낸다고 한다.

모자로 패션을 완성했건 아니건 내 눈엔 어깨에 두른 판초와 언밸란스하게 만 보이고 어쩐지 정복자들이 씌운 기막힌 항쇄족쇄 같았다.


꼼짝없이 운명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지는.

전통의상과 전통 모자를 쓰고 전통염색을 시연 하는 여인

하나같이 무표정하게 고개 지그시 숙인 채 그녀들은 체념을 넘어 달관의 일월을 맞고 보내왔던가.

카메라를 전혀 의식지 않고 찍을 테면 실컷 찍어라, 자신마저 방임해 버린 자의식이 안쓰럽다.


신기하기로는 반려동물로 기른다는 알파카나 라마를 안고 다니는 사람 , 끌고 다니는 이들이 거리에 흔하다.


더러는 낙타처럼 짐을 나르기도 하고 관광객 대상으로 기념사진을 찍히며 푼돈을 벌게하는 동물이다.

몽골리안다이 넙데데한 얼굴에 땅딸막한 행색 다들 꾀죄죄, 행복지수 따위를 대입시킨다는 게 무의미하다.

그들에게서는 안데스 흙의 향기, 아득한 모성같이 당기는 근원적 향수가 느껴져 살가웠다.

피붙이처럼 온기 고여 드는 마음.


해서 어쩐지 심곡 자꾸 시리워졌다.

잠시 스쳐가는 길손의 객쩍은 웃음기가 수심 깃든 소녀의 표정으로 민망해졌다.

2017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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