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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1. 2024

웃겨, 카우보이 페스티벌과 남북전쟁이 무슨 연관?

산타클라리타 올드타운에서 열리는 카우보이 페스티벌 구경을 갔다.

로데오 경기나 진짜 서부의 사나이를 만나리라 잔뜩 기대했는데.

어라? 만우절이야 뭐야.

사람 정말 어리둥절하게 만드네.

카탈로그의 저 할배와 같은 카우보이 모자를 사서 쓰고 폼을 잡는 청바지 물결만 보고 왔잖아.

말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곤 현대판 보안관인 셰리프들뿐이다.

소떼를 모는 소몰이꾼 아니면 사막 먼지 속을 치달리며 장총을 쏘아대는

카우보이 이미지와는 도대체 거리가 먼 마을 풍경은 생뚱맞기만 하다.

서부 개척시대는 19세기 일인데 뜬금없이 무대는 1770년대 독립전쟁이 배경일까.

어쩌면 1860년대 미국 남부 미주리나 버지니아 지역의 남북전쟁 무대를 재연한 것인가.

그러나 여긴 독립전쟁의 격전지였던 동부 보스턴, 뉴저지나 필라델피아, 매서추세츠도 아니다.

남북전쟁이 휩쓴 미시시피강 유역의 비옥한 땅과는 비교불가인 서부 캘리포니아 황막한 사막지대다.

숲 울창한 동부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헐벗은 사막땅, 겨우 눈엽 푸르러 가는 초목까지 안 어울린다.

기획자가 누군지 스토리도 테마도 일관성 없이 산만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주제는 실종되고 뒤죽박죽에 중구난방 제멋대로, 급조된 가설무대처럼 엉성하니 조잡한 축제판이다.

말 편자 두드리는 대장간, 사금 채취하는 냇가, 낡은 역마차, 교수목에 걸려 대롱거리는 밧줄.

그런가 하면 전쟁 때 쓰던 간이 빨래판에 이동식 세면기가 소품으로 등장했다.

뜬금없이 전쟁 당시 막사가 늘어섰고 빛바랜 군복의 병사들은 열을 지어 행진한다.

거기에 18세기 복장을 한 아녀자들은 아실랑 거리며 지나간다.

이 나라의 역사를 잘 몰라서인가, 남북전쟁과 미 서부개척의 주역인 카우보이와의 상관관계는?

전후 남부의 백인들과 군인들이 패배 후유증의 도피처로 서부 이주를 했다고는 한다.

더욱이 서부 개척 정책으로 대륙횡단철도를 추진 중이었기에 퇴역군인들이 다수 몰려들었다고.

누구든지 국유지에 5년간 정주(定住)하여 농사를 지으면 160 에이커의 토지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연관 고리를 찾자면 영 없는 것은 아니겠다.

그러나 카우보이 페스티벌에 인디언들은 무슨 신명으로 전통춤을 춰대는지 아리송하고.

뮤지엄 근처 우리에 갇힌 버펄로(아메리카 바이슨)들은 자유를 잃고 또 뭔 기분일까?

이 동네 백인들의 소풍날 같기도 하고 자기네들만의 한마당 축제인 듯도 싶게

제각각 시선 끄는 의상을 차려입고서들 먹고 즐기는데 타 인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 그리 많은 멕시칸들도 눈에 안 띄니, 이거 내가 안 낄 자리에 눈치 없이 낀 건가 싶기도 할 정도.

암튼 두서없고 수선스럽기만 하니 별 싱거운 구경도 다 있네~ 절로 툴툴거려졌다.

남의 나라 축제장에 가서 카달로그와 다른 순 엉터리 사기 행사라 삿대질 할 수도 없고....

격에 맞는 컨트리 송 대신 '애리조나 카우보이' 흘러간 멜로디나 흥얼대면서 해 있을 때 일찌감치 돌아왔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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