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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8. 2024

포천 아트밸리의 청옥빛 천주 호수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포천으로 향했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포천아트밸리가 목적지다.

신통하게도 이곳은 방치되었던 폐채석장을 친환경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다.

가을 기별 부지런히 나르는 한탄강 주변 들녘을 지나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포천아트밸리 입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산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싼 봉화산과 천주산은 유순해 뵈는 겉보기와 달리 속심 굳건한 암산으로 양질의 화강암이 채굴되던 곳.

여기서 나오는 포천석은 재질이 단단하고 화강암 고유의 무늬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 청와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이곳 화강암을 사용했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며 국내 건설산업이 확장되자 2000년대 초까지 건축자재를 조달해 왔다.

그렇게 채석 사업은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으나 이후 수입  화강암과의 가격경쟁에 밀리면서 포천석 채석 산업은 쇠퇴기를 맞기에 이르렀다.

채석으로 잘려나간 산은 흉물스러운 경관으로 남겨진 채 폐허화됐는데 2003년부터 환경을 복원하는 지역 사업을 통해 복합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채석장의 놀라운 변신, 그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은 천주산 자락에 위치한 비취옥빛 천주호 물빛이라니,


과연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이용될 만도 했다.

자연호수는 물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아니라 채석하며 생긴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저절로 형성된 호수라는 게 신기했다.


직각으로 깎아지른 절벽의 수려함과  단애 아래 고운 호수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독특한 풍치.

화강석 부스러기가 호수에 가라앉아 물빛이 맑은 녹색을 띠는데 수심 25미터나 되는 호수는 가재와 버들치가 사는 일급수란다.

호수 주위엔 조각 공원과 산책로, 공연 무대도 알맞게 설치되어 있었다.

천주호는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라 하니 아껴두기로 하고 우선 천문과학관부터 들렀다.

과학관으로 오르는 길목마다 갖가지 조형물과 조각들이 기다렸는데 그래도 제일 보기 좋은 건 조경 잘 된 숲이었다.  

1층 로비부터 거대한 우주, 인공위성이 기다리고 제1전시실에서는 지구의 탄생에 대하여 그래픽을 이용, 상세히 설명해 줬다.

2층 전시실은 '태양계 행성과 별자리'와 '우주로의 여행'을 주제로, 대형 스크린에서 우주와 별자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운석 직접 만져보기 등 다양한 체험실들로 구성돼 있었다.

천체망원경으로 태양계 관측뿐 아니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위성 관측행사를 진행하는 천문과학관이므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유익한 나들이 코스가 되겠구나 싶었다.

천주호로 이동하는 언덕에서 주목하게 된 대형 조각품, 제목이 '발굴된 시간의 터'인데 사방이 서로 다른 주제인 데다 형태를 감상만 하는데 머물지 않고 내부 공간, 즉 작품 안으로 들어가 직접 느낌을 가져보도록 배려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훼손된 자연경관을 친환경적으로 복구한 폐채석장 활용 관광지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9-2020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한국 관광명소'로 소개된 포천아트밸리.


거창하게 관광공사까지 나서서 추천한 장소라서가 아니라, 쓸모없이 내팽개쳐진 폐채석장을 적절히 활용해 문화상품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퍽 신선했다.


자연호수도 아니면서 투명한 물가에 버들치 노니는 신비한 색상의 호수를 품게 된 이곳은, 무엇보다 버려진 채석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려 낸 지역 정책 입안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장소였다.


여타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벌인 지역개발사업으로 국고만 축낸 경우를 누차 목격한 터라 더욱 가상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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