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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ug 03. 2024

색달해변은 블루, Love is blue

푹푹 찐다.

서귀포에 와서 34도 폭염은 처음이다.

불가마 찜질방도 아닌데 체감온도는 35도를 훅 넘어섰다.


시원한 푸른빛이 아쉽고 에어컨 바람보다는 해풍 그립게 만드는 지독한 혹서다.


함덕해수욕장이나 협재, 금능해변 등 제주에서도 환상적인 바다 빛을 자랑하는 곳은 여럿이다.

그중 색달 바다는 청보석빛, 사파이어나 에메랄드며 비취옥으로 결결이 색다른 푸른 물색 신비롭다.

모래톱에서 팔다리 걷어붙이고 태닝을 하다가 땀나기에 올레 8코스가 나있는 호텔 쪽 언덕으로 올라갔다.

바닷바람은 소금기를 머금어 약간 눅눅하나 시원하기로 치자면 청량감이 드는 숲 바람이 한수 위다.


올레길 따라 파르나스 호텔에서 호텔신라를 거쳐 롯데호텔 후원을 내 집처럼 거닐며 중문 관광단지에서 진종일 놀기로 했다.

천상낙원 같이 가꿔진 꽃길 따라 걸으며 흔감스럽게도 천국시민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스위트룸 객실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호캉스족 못지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기로는 여기가 더 낫지 않을까도 싶다.

혹자는 여우의 신포도 타령이라고 비아냥거릴지 모르나 천만에다.

짙푸르게 펼쳐진 바다, 파도소리 새소리, 삽상하게 스치는 바람결, 싱그러운 신록, 숲향기까지 오감을 충족시켜 주는 이곳.

외국 유명 휴양지 부럽지 않은 전경에  천국의 화원이듯 조경 아름다이 다듬어 온갖 꽃 만발한 정원.

이름 모를 외국종도 있지만 시골집 화단에 심었던 백일홍과 산야에 피는 비비추와 도라지꽃도 있어 반가웠다.

분위기 있는 연두색 잔디밭 위의 글램핑장, 쉬리의 언덕에서는 흔들의자에 앉아 한가로운 여유도 만끽할 수 있으며.


호텔 이용객이 아니라도 자유로이 최고급 호텔 정원을 누빌 수 있도록 올레객들에게 사유지를 개방해 준 호텔 측 배려가 새삼 고마웠다.

오늘은 정원을 무상으로 누리지만 언젠가 객실 사용자가 될 수도 있으니 미래를 위한 안목 높은 포석이기도.


하긴 진작에 호텔신라 이부진사장의 여러  미담 사례를 언론 매체 통해 듣긴 했으나 이태전 서귀포 천보식당 쥔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바도 있다.


'신라호텔과 함께 하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호점인 그 식당에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재벌가를 마치 범죄의 온상인 양 표적 삼은 정부도 있지만  다들 나쁜 건 아니다.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켜서 그렇지 경제 측면에서 삼성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점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온전한 자의는 아니라 해도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에 헌납한 일이라든지 코로나 정국에 귀한 백신을 구해온 일 등.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부의 사회환원사업의 하나로 이부진 사장이 영세 식당을 돕기 위해 추진해 온 프로젝트가 있었다.

신라호텔 팀이 조리법을 전수해 주고 서비스 노하우는 물론 요리에 쓰는 양념과 그릇 세팅법까지 자영업자에게 전수시켰다.

그 덕에 10호점은 차츰 성장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도 이부진 사장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준다며 식당주는 매우 고마워했다.

재벌집에 태어나 고생 모르고 자란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 입장을 그리 잘 헤아려줄 수 없다며 감격해마지 않으면서.

폐부 속속들이 시원해지는 전망대에 올라 서귀포 앞바다 전체를 조망해 보았다.

동쪽으로는 대포주상절리대가 보이고 그 앞바다에는 요트와 제트스키가 하얀 물살을 일궈댔다.

주상절리대를 데크길 위에서 내려다봐야 했던 대포동에서의 아쉬움이 문득 밀려들었다.  

서쪽 방향은 얼마 전에 샅샅이 훑어 눈에 선한 동네인 군산오름이 있는 예래동.

여기서 바라보니 군산이 마치 고향 뒷동산이나 되는 것처럼 반가워 입꼬리 벙그러졌다.


멀리 보이는 대평마을 송악산이 폭염으로 이상 굴절돼 신기루 현상처럼 아른아른 몽글거린다.  

파르나스 호텔과 등을 마주 댄 갯깍주상절리 지나면 대평동 수직 절벽 위엄찬 박수기정이다.

그 너머로 산방산 이마가 보이고 송악산 앞자락이 길게 바다로 내뻗은 모양새 잡힌다.

아물거려 보일 듯 말듯하는 가파도 마라도도 선연히 찍혀있다.

당시 요트를 타고 앞에서 봐야 비로소 전모가 잡히겠구나 했던 대포주상절리 웅자를 보려고 언덕을 내려왔다.

퍼시픽랜드에서 요트를 탈 작정이었다.

6만 원 거금 투척하고라도 요트 티켓을 사려했더니 휴일이라 이미 예매 완료.

허탕치고 거듭 다시 색달해변으로 돌아와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갯깍주상절리 입구까지 걸었다.

색달 해수욕장 초입에도 해식동굴이 있지만 갯깍에는 토기 등 유물이 발견된 정말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먼먼 언제 적인가 탐라국 시대 사람들이 동굴을 거처 삼아 살았다는 흔적이리라.

파도 우우 짐승처럼 울부짖던 밤이면 그들은 동굴벽화도 그릴 수 없는 모난 바위 더미뿐인 새카만 동굴에서 무얼 했을까.

갯바위에 걸터앉아 공상에 가까운 상상도를 그리며 바다멍 삼매경!


차가운 바닷물에 두 발 담근 채 맞서 보는, 용암덩이 같이 이글대며 불타는 태양.


햇볕화상으로 팔이 벌겋기 전에 이번엔 언덕 위 카페로 향한다.

세상사 한바탕 꿈.


제주 해안 어딘가에서 이렇듯 피서 즐기고 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속 시끄런 청문회 연달아 열리는 정가 살풍경은 짜증만 유발하지 않던가.

섶을 지고 권좌라는 불 속으로 뛰어든 무지몽매한 불나방 쇼는 타오름달에도 계속되고..


브레이크 파열된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타 신명 나게 질주하는 그대들이여!

펜트하우스 아닌 누옥에 거할지라도 오오!

그에 비하면 이 모든 자유와 평화 맘껏 향유하는 내가 오늘은 축복받은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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