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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2. 2024

다 마셔야 한다니

세계 물의 날


잔뜩 부풀었던 가뭄 해소의 기대는 무산됐다. 엘니뇨현상으로 큰비가 잦을 것이란 예보와 달리 예년과 비슷한 강우량을 보였을 뿐이니까. 물론 해갈에 이를지도 모를 삼월 후반의 비 소식도 있으므로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겠다. 하긴, 물 문제는 캘리포니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유엔 보고에 따르면 한발은 심해지고 지하수 보유량은 감소하는데 인구증가와 오염은 심각해져, 점점 부족해질 . 전 세계 인구 세 명 중 두 명은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는 곤경에 직면할 것이라 하였다. 현재도 지구촌 곳곳마다 질 좋은 수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로 물 문제에 모두가 관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정했겠다.


물은 우리 몸 안에서 여러가지 영양소를 소화 흡수시키는 작용을 돕는다. 체온조절을 하고 몸에서 생긴 필요 없는 찌꺼기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을 한다. 건강한 물에 대한 정의는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균형 있게 포함된 물이다. 물속에 녹아있는 용존산소가 5mg/L 이상의 중성물이라야 좋다는 것은 일반 상식에 속한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물에는 석회가 많다고 알려졌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육안으로 봐도 수질이 정말 형편없다. 탁한 수질 때문에 중세부터 유럽에서는 포도주가, 중국에서 차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는 말이 충분히 수긍된다.


며칠 전 직접 겪어 본 일이다. 다리가 아파 뒤란 채전을 돌볼 수 없어 나흘간 물을 주지 못했다. 뒤늦게 텃밭에 나가봤더니 채소들이 거지반 다 말라 고사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혹시나 살아날까 싶어 물을 흠뻑 주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채마밭의 푸르름은 아쉽지만 잊어야 했다. 만물을 기르는 근본 이전에 물은 곧 생명이었다. 인체의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어 며칠만 물 공급이 안되면 인간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인 물은 색, 냄새, 맛이 없는 그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바로 생명수다.


흔하다 해도 가을볕조차 아꼈던 우리 선대들은 흐르는 물도 아껴 쓰라 가르쳤다. 물을 흥청망청 막 쓰다가는 물 없이 살아야 하는 벌을 받는다고 했다. 심지어, 살아생전 물을 함부로 낭비한 사람은 죽어서 자신이 쓴 양만큼의 물을 다 마셔야 하는 과보를 받는다고까지 했다. 절수도 습관 들이기 나름이다. 우물물을 퍼서 쓸 때 보면 끊임없이 샘물은 고여 항상 같은 높이로 찰랑거렸다. 그래도 두레박질을 쓸데없이 마구 하지는 않았다. 안마당에 펌프가 있던 시절에도 부엌에는 집집마다 물독이 있었다. 물독에서 바가지로 필요한 만큼씩만 퍼서 썼으니 헤프게 낭비될 수가 없었다. 예전, 순박하고 인심 후한 농촌 사람들이 싸울 일이라고는 논에 물을 대는 물꼬 싸움이 전부였다면, 현대는 최고 돈 되는 사업으로서의 물전쟁이 암암리에 국가 간 지역 간에 터지고 있다,



오늘 동네 뮤지엄 앞을 지나는데 '그린 레벌루션'이란 포스터가 발길을 붙잡았다. 물과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주제를 전시회는 다뤘다. 거창한 설치미술품들도 있는 반면 마치 토목공사장 같은 패널 사진들이 다수 걸려있었다. 캘리포니아 사막을 가로지르며 도시로 뻗어나간 송수로관 사진들이다. 3~4백 마일이 넘는 엄청난 거리를 쉼 없이 달려온 도수관들이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세계 최초로 아피아 수로를 만든 로마, 세계 최초로 도시 규모의 정수 처리를 시작한 영국에 필적할만한 대단한 役事다.


시 수도국에서는 지난해, 정원의 잔디를 제거하는데 따른 리베이트를 제공했었다. 물 절약형 변기 수조도 무료로 바꿔주었다. 또 엊그제는 적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물이 꺼지는 샤워기 꼭지를 욕실마다 다 교체해 줬다. 시에서도 적극적이지만 물 절약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절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캘리포니아 물의 과반수 이상이 사막을 농지로 활용하는데 따른 농업용수로 쓰인다고 들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떠하든 LA 수도전력국은 노후 파이프 교체 재원으로 수도세를 상당히 올릴 모양이다. 그래도 여전히 싼 편에 속하는 게 물값 아닐지.


미국의 식용 수돗물은 연방정부가 규제하고 환경보호청에서 관리 감독을 한다. 따라서 5~8단계의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친 수돗물이라 믿을만하다고는 하나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 막연한 수도관 불신 등으로 정수기는 필수에 시판 생수를 사 먹는 가정도 많다. 그러나 20세기 최대의 마케팅 성공작이 생수라 하지 않던가. 시판 생수의 약 40%가 수돗물을 정화한 물로, 정수과정을 거쳐 미네랄을 첨가한 음료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게다가 직사광선에 노출된 생수병에서는 발암물질의 일종인 아세트알데히드, 불임 인자인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온다는 것. 대신, 물은 끓여도 미네랄이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니 오히려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물을 흔전 만전 쓸 수 있는 시대는 벌써 지났다. 나 하나쯤이야 하기 이전,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는 자원을 아껴 쓰는 차원에서도 물 절약 습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리라. 지금까지 무심히 써제낀 물만 마셔도 엄청날 텐데 그보다 훨씬 많은 물을 마셔야 할 業을 저세상까지 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팁:건강을 위한 물 섭취 Good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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