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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꾸리한 날은 얼큰한 매운탕을
by
무량화
Sep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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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보석처럼 빛깔 아름다운 쇠소깍은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빚어
놓은 깊은 소(沼)다.
쇠소깍 근처에 사는 지인 부부가 점심 초대를 해 소금막 리조트 앞에 위치한 복순이네 식당에 갔다.
해변가라 바로 바다가 보이는 식당은 깨끗하고 분위기 깔끔했다.
은퇴 후 서울에서 내려와 감귤농사를 짓는 시인과 수필가 부부의 단골 식당인 듯 자리에 앉자마자 밑반찬이 차려졌다.
여름철에는 한치 물회가 인기 높다는데 바람
썬득하고 날씨 꾸리꾸리한 이런 때는 매운탕이 제격.
정갈한 반찬에다 보글보글 끓는 우럭 매운탕이 식욕을 자극했다.
매운탕을 각자 그릇에 떠 담는데 자꾸 통 전복이 딸려왔다.
얼큰 매콤 따끈 시원한 국물 맛 일품으로 게다가 해삼도 씹히고 알탕처럼 알도 넉넉히 들어있었다.
큼다막한 우럭인 듯 살 도톰하고 쫀득했으며 가시가 굵어 발라내기 수월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비린내에다 가시가 싫어 별로 즐기지 않는 생선인데 요리를 잘해서인지,
싱싱한 우럭이어서 그런지
별로
비릿하지도 않았다.
음식은 같이 먹는 사람에 따라 맛에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서로 편안한 관계라면 즐거이 담소 나누며 음식을 먹기에 식사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어려운 사이라면 그 자리가 불편해 맛 음미할 겨를이 없어서일까, 제대로 맛을 느끼기는커녕 먹는 둥 마는 둥이 된다.
마침 아내인 수필가가 창작수필 출신이라 오창익 선생 근황도 듣고 중앙문단을 화제로 대화가 줄곧 이어졌다.
시처럼 절제된 언어만을 한두 마디 어쩌다 보탤 뿐 시인 남편분은 산문투로 늘어지는 우리의 얘기를 빙그레 웃으며 듣기만 했다.
그렇다.
나이 든다는 건 품새 낙낙해지는 것, 느긋해지고 너그러워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일 가지고도 예민하게 굴거나 토라지는 소싯적과 달리 매사 여유로워져 뒤로 물러나 관망하게 되는 편안한 시기다.
하얗게 노인이 되어가는 노정이 깊어질수록 초월의 경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서서히 신선이 되어가는 과정인 걸까.
그렇게 자꾸만 무게 가벼워지다가 마침내 무(無)로 돌아가게 되는 건지도.
이제는 갈수록 점점 더 편한 게 좋다.
어떤 관계일지라도 부담스럽거나 걸거치는 것 나아가 신경 쓰이는 만남은 딱 질색이다.
하여, 밥 한 끼 먹으며 불편 느끼게 되는 자리라면 어느 경우라도 아예 사양한다.
편안한 그분들에게 다음에는 내 쪽에서 맛진 식당으로 초대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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