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자연'에 나를 놓아둠_1
발리에서 지내며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 한 달 이상 발리에 살고 있는 나를 만나면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었다. 늘 같은 대답. 선셋(Sun set)이라 말했다.
발리에서 날씨가 좋았던 한동안 매일 선셋을 보러 갔다. 다른 스케줄에 앞서 일몰 보는 시간을 계획할 정도로 오늘은 어떤 모습의 선셋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했었다. 발리에 오기 전까지 일몰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심지어 내가 바다를 이렇게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내가 발리에 있던 2월~4월경에는 오후 6시쯤 본격적으로 선셋이 시작되었다.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공기가 달라진다. 그러다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해는 더 붉어진다. 오후 6시 50분쯤이 되면 지평선 너머로 머리만 보이는 태양은 남은 에너지를 모두 폭발하듯 붉게 타오르며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바닷물은 불바다가 되다 어둠을 맞는다.
모래사장 위로 밀려드는 드넓고 큰 파도들에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실려 온다. 해변을 걷는 사람들, 서핑을 하는 사람들, 물속에서 함께 노는 어른과 아이들의 검은 그림자들이 눈앞에 넘실댄다. 변화하는 빛과 실려 오는 공기 속에 휩싸여 노을과 일체 되는 듯한 황홀감을 느낀다.
'와 너무 아름다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순수하고 풍요로운 자연의 에너지로 마음이 채워지니 그동안 쌓였던 부정적인 마음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쁨이 밀려왔다. 이렇게 행복해지고 치유를 받는 게 간단한 거였구나…. 대가 없이 나를 품어주는 자연에 감사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