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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가 Oct 16. 2023

바투르 산 일출 트래킹

발리 '자연'에 나를 놓아둠_2

발리를 떠나기 며칠 전 발리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뭐였냐는 친구의 질문에 선셋과 함께 바투르 산 일출 트래킹을 말했다.


바투르 산 일출 투어에는 지프차 투어와 트래킹 투어가 있다. 이왕이면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가며 바투르 산속 풍경과 바람을 느끼고 싶어 트래킹 투어를 선택했다. 마침 여행에서 만난 친구도 꼭 해보고 싶다 말해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새벽 1시 30분 우붓에 있는 내 숙소로 픽업 차량이 도착했다. 차를 타고 3시 30분쯤 바투르 산 초입에 도착했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한 잔 마신 뒤 가이드 한 명을 포함해 총 7명이 한 팀이 되어 어두운 바투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간 산행은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험한 산길은 별로 없었다. 30분에 한 번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지며 쉬엄쉬엄 올라서 많이 힘들지 않았다. 산 중간쯤 올랐을 때는 어두운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촘촘하게 박힌 별들이 우리의 산행을 응원해 주었다. 피로를 가시게 해 준 풍경이었다. 


2시간 정도 팀원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조금씩 하늘이 노랗고 붉은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건너편 아궁산을 바라보니 뾰족한 정상 아래 널따랗게 펼쳐진 운해가 보였다. 내가 구름 위에 떠 있는 산신령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웅장한 운해가 널따랗게 펼쳐져 흐르더니 해가 떠오른 뒤에는 갑자기 안개처럼 구름이 흩어지며 시야를 가렸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다시 산봉우리 아래로 층층이 구름이 깔리었다. 


새로운 날을 축복하는 해와 구름의 세리머니가 끝나니 산 중간중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이 갔다. 활화산인 바투르 산이 마치 숨이라도 쉬듯 조용하고 느리게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산이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았다. 나도 함께 그 생명력과 신성함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내가 태어났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이런 경이로움을 경험하려고 내가 태어났구나.


일출을 바라보며 간단히 소원을 빌었다. 산을 오르며 흘린 땀을 식히고 간단히 배를 채웠다. 충분히 풍경을 가슴에 담고 팀원들과 함께 산을 내려왔다.


오롯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감을 먼저 확인해야 했다. 발리의 자연, 특히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모든 것에서부터 벗어나 그저 숨 쉬고 있는 순수한 나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자연이 나를 정화시켜 주었다. 치유되고 비워지고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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