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니즈의 삶'에 나를 놓아둠_1
발리를 걷다 보면 종종 무언가를 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질문을 하게 된다.
“무엇을 하고 있나요?”
기도할 때 올릴 차낭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여성들, 일과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오고오고 세리머니의 인형을 만드는 남성들, 다음날 마을에 있을 장례식을 위해 악기 연주 연습을 하는 젊은이들….
종교 의례를 생활처럼 행하고 있는 발리 니즈의 모습을 매일 마주치니 그 신성한 기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특히 우붓에서 지내면 늘 세리머니나 의례를 위해 무언가를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쉽다.
발리 니즈의 하루는 집 안에 있는 사당 제단에 공물을 올리고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통 하루에 서너 번 기도를 드리는데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길가에 차낭(길가에 올려두는 것은 정확히 ‘차루’라고 한다. 통칭 ‘차낭’이라 부른다)을 길가에 올려두고 기도드리는 여성들을 발견하기 쉽다. 차낭은 꽃, 과자, 향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귀신이나 나쁜 기운이 가게나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발리 니즈는 신께 올리는 기도와 세리머니를 중시하기 때문에 제단은 상점 안에도 있고 심지어 발리에서 유명한 나이트클럽 안에도 있다. 발리는 모든 곳에 신성함이 깃들어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또한 길가에서 학생들이 전통 옷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발리 니즈 친구에게 물어보니 매주 일주일에 한 번 전통 옷을 입고 등교하는 날이 있다고 했다. 결혼식은 보통 집에서 치러지고 장례식도 마을의 사원에서 이뤄져서 행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종교와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이 발리의 개성이고 매력이다.
그래서 더 여유로운 걸까
발리 니즈는 힌두교의 카르마 때문인지 대부분 친절하고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돕는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새벽 늦은 시간에 쿠타에 있는 한 홈스테이 숙소에 도착하였다. 주인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나를 데려다준 택시 기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홈스테이 주인을 불러주었다. 그는 내가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한 뒤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번은 그랩으로 오토바이를 불러 뒤에 타고 가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가 넘어진 것이다. 나의 그랩 기사는 자연스레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사람의 오토바이를 함께 일으켜 줬다. 그랩 기사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멈춰서 그 사람을 도와주고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다들 자신의 일로 바쁘고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가는 도시에 있다가 이렇게 모두 한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발리 사람들은 잘 웃는다. 가게를 지나가다 점원과 눈이 마주쳐도 밝게 웃는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도 밝게 웃어준다. 이런 발리 사람들의 모습 덕분인지 발리에 온 여행자들과도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를 하곤 했다. 이런 작은 여유와 친절이 모두 모여 발리 바이브를 만들고 마음을 열게 한다.
최고, 최신, 효율, 편리함을 지향하는 환경 속에 있다가 느리지만 전통을 이어가고 마을 사람들끼리 도와가며 종교를 위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았더니 ‘우리는 놓치고 있거나 잊고 살았던 모습을 발리 사람들은 지키려고 애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