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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가 Oct 18. 2023

모르는 발리 사람 결혼식 가기

'발리니즈 삶'에 나를 놓아 둠_2

발리에 있는 동안 현지인 결혼식에 두 번 다녀왔다. 발리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한 번, 발리를 떠나기 얼마 전에 한번. 두 번 모두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식이었다.


처음은 <발리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오픈채팅방에서 발리 니즈 결혼식에 갈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보고 동행과 함께 가게 되었다. 모집 글을 채팅방에 올린 사람은 한국인 친구 쎄. 쎄의 발리 니즈 친구가 결혼식이 열리는 지역까지 먼 거리를 혼자 가는 게 싫어 결혼식에 같이 가자고 쎄에게 제안했고,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동행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두 번째 인연은 우붓 홈스테이 숙소에서 생겼다. 야외 테이블에서 조식을 먹다 한국어가 들려 쳐다보니 발리 니즈 유니가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 대화가 시작되었고, 유니와 그녀의 이탈리안 남자친구 토니도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아침을 먹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유니가 그날 친구 결혼식에 가는 데 괜찮으면 같이 가자고 하길래 동참했다. 미리 렌트해 둔 차를 셋이 함께 타고 바투르 산 근처 결혼식이 있는 유니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니는 친구에게 건넬 질 좋은 끄바야(전통 옷) 원단을 구매했다. 전통적인 결혼식 축하 선물이라고 한다.


발리의 결혼식은 보통 집에서 치러진다. 우리나라처럼 결혼하기 좋은 날이 정해져 있어 그 날짜에 결혼식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 결혼하는 집 앞에는 꽃장식이 되어있어 이 집에 경사가 있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발리의 집들은 대개 독립적인 여러 개의 방과 사당이 있을 만큼 넓다. 그래서 대략 200명 정도의 손님들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유니가 많은 정보를 알려줬다.


발리 니즈의 결혼식은 아침부터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결혼식에 도착하니 화려한 전통 복장에 짙게 화장을 한 신랑·신부와 그의 가족들, 악사들이 있었다. 처음에 참여했던 결혼식에서는 힌두교 승려가 신랑과 신랑의 형제에게 종교의식을 수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랑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예식장에서 30분이면 끝나는 초스피드 결혼식에 익숙해 있다가 하루 종일 음악과 음식이 있는 발리 니즈 결혼식에 참석하니 마을 잔치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외국인 손님을 다들 친척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했다.


참석했던 두 결혼식의 신랑과 신부들 모두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복한다. 다음번에 발리 니즈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면 나도 잊지 말고 끄바야 원단을 준비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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