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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가 Oct 20. 2023

태어나 처음, 전시회를 열다

'미뤄둔 꿈'에 나를 놓아둠_2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과 신년계획을 나눌 때, “전시를 해보고 싶다.”라고 버릇처럼 말해왔다. 


올해 역시 내 그림으로 작은 전시회를 열어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무슨 근자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리 여행 초반부터 우붓에서 사귄 친구 쎄에게 발리에서 전시회를 해보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발리 사람들을 그려왔다. 나에게 환하게 인사해 준 카페 점원, 친절하게 케착댄스 스케줄을 가르쳐준 사원 스태프, 길을 지나다 우연히 친구가 된 아티스트, 지난번 만났던 환경운동가 친구, 결혼식에서 본 친구의 귀여운 아들 등등.. 


내가 발리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풍요로운 자연도 있지만 발리 사람들의 평온한 미소와 친절함, 그들이 이어가고 있는 전통과 문화도 있었다. 발리사람들을 통해 발리의 문화를 알게 되었고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늘 평온한 미소로 도와주었다. 


발리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또 다른 방법의 여행 기록이었다. 모두의 얼굴에 나의 여행 에피소드와 흥미로운 발리 문화의 발견이 담겨 있었다. 그림 9점이 모여졌을 때 발리에 살고 있는 아티스트 친구에게 전시회를 열고 싶어 조언을 구했다. 그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발리에 머물 시간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고 현지에서 열었을 때 더 의미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어 의지력을 불태웠다. 직접 전시 장소를 찾고 컨택해 보기로 했다.



발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전시 경력도 없고 체류 기간도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기에 가능한 방법은 카페나 레스토랑에 디스플레이하는 형식으로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었다.


먼저 짱구 쪽에 내 그림을 전시해 줄 카페들을 찾아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샹카리 하우스에서 만난 친구 에일린의 제안 덕분에 우붓의 티룸에 컨택하게 되었다. 그곳은 녹차, 홍차, 꽃 차 등을 제공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티룸이다. 이전에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 때문에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다행히 티룸 매니저가 나의 그림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미팅을 제안했고, 내가 제안했던 전시회 기획안 데로 전시 준비가 진행되었다. 


전시 일정이 확정된 후 그림을 한번 더 점검하고, 액자를 준비하고,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방문객들에게 나눠줄 엽서와 전시 설명이 담긴 핸드아웃을 정리했다. 방명록도 준비해 두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발리에 있을 당시 연이 닿고 있는 지인들을 전시회에 초대했다. 초대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시간을 내어 찾아와 주었다. 센과 세니아, 유니와 토니, 캘빈과 마리나, 모라와 데이비드, 뎁, 누사페니다를 함께 여행했던 한국인 친구, 우붓 여행을 함께한 한국인 친구들, 우붓에서 우연히 자주 마주치며 친구가 된 무하마드, 인도네시아 아티스트 친구 멜의 친구들, 말레이시아 친구인 쌤의 친구들, 우연히 티룸에 들려 전시회를 보고 대화하게 된 호주 부부 엠마와 베아…. 모두 나의 첫 전시와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고 멀리서도 와줘서 너무 감사했다. 


전시를 인스타그램에 홍보하자 발리 다른 지역의 카페에서도 전시를 제안하기도 하고 그림을 사고 싶다고 구매의사를 표현한 사람도 몇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발리가 나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티룸 매니저와 우연히 대화를 해봤던 것, 워크어웨이 숙소에서 친구가 우붓에서 전시를 해보라고 권한 일, 티룸 매니저가 한 번에 전시회를 OK 한 것…. 모든 것이 말이다. 


전시회를 열게 되자 다음 꿈이 생겼다. ‘그림 그리는 것을 지속해서 세계 204개 국가에서 전시를 해보자’ 

고마워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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