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글_1
나를 세세하게 자극하고 간섭하는 환경과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저 새로운 환경과 자연에 놓아두었더니 저절로 치유, 비워짐, 채워짐이 일어났다. 자연이 주는 풍성함이 내 안을 가득 채우니 마음이 온전해졌다. 그리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이 열렸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들을 채웠더니 부정적인 감정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고 퇴사를 하기까지 여전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혼동스러웠었다. 하지만 잠시 모든 것에서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내외부로 느껴지는 것들을 관찰했더니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내버려 뒀던 것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첫 스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발리 3개월 살기를 통해 깨달았다.
올해 5월 초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발리에서 시작한 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에세이도 정리하였고 동영상으로 일도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조금 더 여행을 하며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다음 여행지도 정해졌고 다음 여행지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도 생겼다.
나는 또 어떻게 온 우주, 온 지구 사람들과 건전한 에너지를 주고받을까. 나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 현재 과정에 있다는 건 아름답고 소중하다.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 하나하나를 알 수 있는 건 나뿐이고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소수의 사람 혹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여행으로써 변화가 올까? 가끔 사람들과 나누는 질문이다. 얻고자 하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행이 건강한 호기심과 자극을 전달해 줌에는 틀림없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환경이 바뀜에 따라 새삼스럽게 깨닫는 기쁨이 빈번하고 나의 시야는 더 넓게 확장된다. 그 과정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성장의 기회이고 성장해 가는 과정 중 하나다.
꼭 여행이 아닐 수 있다. 각자에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 도움이 되는 도구들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다만 나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원하는 삶을 발견하는데 조금이나마 영감을 주는 스토리가 되었길 바란다. 글로써 우리의 인연이 성립되었으니 읽어주신 분들과 서로 삶의 과정을 응원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
종교가 삶인 발리라서, 늘 친절하게 대해 준 발리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런 경험도 가능했다. 나의 새로운 삶에 싹을 틔워준 발리와 발리에서 만난 모든 인연에게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