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사가 Oct 19. 2023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치는

'새로운 경험'에 나를 놓아둠_3


돌아오는 길에 뎁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뎁은 자카르타에서 성장하고 사업을 하다 은퇴하고 발리에 왔다. 자신이 고아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혼자 힘으로 성장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돕는 거라고 말했다. 뎁은 매일 고아, 장애가 있는 아이들, 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어디서 그렇게 돈이 나오느냐 물었더니 뎁은 비싼 커피 한잔, 비싼 밥 한 끼 안 먹으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현재 여행자들이 지내는 작은 게스트하우스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20명의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기 위해 썼던 돈이 3만 원이 채 안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돈을 어떤 가치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구나. 나는 부자도 아니고 무직인 상태이지만 고작 3만 원으로 20명의 아이들에게 식사를 만들어 줬다. 


이제까지 비싸고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상품을 휘두른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동경해 왔는데. 


보육원에 다녀오고 뎁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과 머릿속에 종이 ‘뎅~’ 울리는 듯했다. 돈과 물질적 풍요로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는 것.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뎁은 자신의 아이들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이들이 나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얻는 기쁨과 충만함이 내가 겪었던 수고로움 보다 훨씬 더 컸고 이런 감정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 


뎁은 매일 자신의 아이들을 아빠처럼 돌본다. 아이들 학교 통원도 시켜주고 병원에도 데려가 주고 머리도 묶어주고 점심·저녁을 만들어주고 운동도 같이하고 숙제도 봐준다. 내가 방문했던 스미냑 쪽 보육원 말고 타바난 쪽 보육원에도 뎁의 아이들 20명 정도가 살고 있다.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는 일뿐 아니라 주말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재활치료를 돕고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에 찾아가 쌀이나 헌 옷등을 나눠주고 보살핀다. 뎁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갈 때 뎁이 나더러 발리에 나의 형제자매가 있는 걸 잊지 말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남을 도울줄도 모르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아닌 발리에서 백수로 있어서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또 먹고살기 바쁘겠지만 이때 느꼈던 것들을 잊지 않겠다.

이전 14화 발리에서 40명의 형제가 생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