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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Jun 02. 2024

[쓰밤발오68] 평범하지만 단단한 하루

6월의 첫날. 어제 세운 오늘의 첫 계획은 어그러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가서 수영 관련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병원에 가지 않았다. 어제 집에서 양말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살짝 미끄러졌는데, 그게 무리가 갔는지 어제저녁부터 아팠다. 아직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영을 허락받으려면 난 괜찮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눈을 뜨고 무릎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통증이 느껴졌다. 아침에 일찍 눈 떠서 졸리기도 했겠다, 그냥 다시 잠들었다.


오후에는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비소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제 미끄러졌는데 오늘 또 걸어갔다 오면서 미끄러질 순 없다. 두 번째 계획도 수행 실패. 대신 6월의 첫날을 맞이해서 방을 치우기로 했다. 여고추리반을 보면서 치우느라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래도 깔끔해진 방을 보니 만족스럽다. 마음도 한결 정리된 기분이다.


오늘로 레미제라블 5권 완독한 사람이 되었다. 중간에 흐름을 끊는 빅토르 위고의 깊고 긴 비평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꽤 있었지만 해냈다. 프랑스에 대한 정보도 없고 애정도 없다 보니 그 구간들이 더 힘들었다. 그런 구간들에 대한 내 호오와는 별개로 다양한 분야에 깊은 통찰에 감탄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배경음악 같은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뿌듯하다. 해냈다. 꽤 오래 걸렸지만 해냈다.


여고추리반 시즌3도 다 봤다. 볼 때마다 방탈출을 하고 싶고, 나도 어느 방면으로든 머리를 쓰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 진다. 나중에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듀오링고 산수를 하고 있는 요즘, 친구들이랑 꾸준히 방탈출 카페에 다녀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방을 치우면서 봤더니 굉장히 효율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오늘 세웠던 계획은 전부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도 좋다. 늘 하려던 루틴인 영어, 스페인어, 책 30분 읽기 그리고 이 쓰밤발오까지 했고, 방은 깨끗해졌고, 성취감도 느꼈다. 평소라면 자괴감 들었을 수도 있을 텐데 뭐라도 했으니 됐다. 이렇게 뭐라도 하면서 채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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