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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Jun 06. 2024

[쓰밤발오72] 나 언제나 내 곁에

백수 기간이 길다. 다시 취직하기 싫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나를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돈을 벌지 않아도, 사회가 인정해 주는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나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다. 그냥 벼랑에서 밀 테니 알아서 살아 돌아오라는 마음이었다. 살면서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예방 주사 맞아보자는 결심의 결과가 지금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길어질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벼랑 끝의 끝에 서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함도 커지지만 그만큼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퇴사하기 전 글로 남겨두었던 다짐들이 절실히 필요해지면서 이제야 다시 찾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단단해진다. 여전히 자주 불안해하지만 그만큼 더 자주 단단해질 기회를 얻는다. 


쓰밤발오도 예방접종에 아주 좋은 주사다. 글을 읽다 보면 나는 불안해졌다가, 희망차졌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또다시 나만의 지도를 그린다. 이 불안함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는 또 나만의 답을 찾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과거의 나라니. 어떤 확신보다 든든하다. 


당장 내일이면, 아니 이 글을 올릴 오전에 나는 또다시 불안해서 눈을 뜰지도 모른다. 눈 뜨자마자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그 마음을 안아줄 방법을 안다. 


문득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내 안의 큰 두려움을 깎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글을 적는다. 예방접종 맞길 잘했다. 불안해도 돼. 또 방법을 찾아볼게. 언제나 내 곁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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